대기업 부채비율이 5년 만에 세자릿수(100%대)로 복귀했다. 부채총액이 자기자본보다 많아진 것이다. 그만큼 재무구조가 나빠졌다는 뜻으로, 이젠 대기업들조차도 위기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48개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작년 말 현재 평균 부채비율(금융회사 제외)은 119.9%로 작년보다 21.5%포인트나 급등했다. 부채비율은은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회사의 자기자본이 1,000억원일 때 빚이 1,199억원에 달했다는 의미다.
11~20위 대기업이 가장 위험
기업집단 별로 편차는 확연하다. KT&G는 부채비율이 24.1%로 48개 기업집단 중에서 가장 낮았고, 현대백화점(44.9%) 롯데(48.8%) 포스코(51.1%) KCC(62.1%) 삼성(64.6%) 등도 상당히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삼성테스코의 경우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941.8%)했고, 생사 기로에 서 있는 GM대우 역시 741.3%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대우조선해양(632.3%) 한국토지공사(471.8%) 한국가스공사(433.7%) 대한주택공사(421.1%) 현대중공업(324.5%) 등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대기업집단이 총 15곳에 달했다. 전체 대기업집단 3곳 중 1곳 가량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셈이다.
규모 별로 보면 삼성,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SK, LG 등 상위 5개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이 82.8%로 가장 양호한 반면, 상위 11~20위 허리층을 구성하는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203.8%)은 200%를 넘었다. 또 40개 민간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112.4%인 반면, 8개 공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145.6%에 달했다.
부채비율 왜 높아졌나
작년 말 48개 대기업 집단의 부채 총액은 691조9,000억원. 1년 전에 비해 무려 190조4,000억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1년 새 부채가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위기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유동성 확보에 나섰기 때문. 전체 부채 중에서 차입금과 사채(335조7,000억원)가 1년 새 94조3,000억원이나 늘어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용경색을 우려한 대기업들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놓기 위해 차입금과 회사채 발행을 앞 다퉈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기업 재무구조에 대해 예의주시는 해야겠지만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분석정책관은 "대기업집단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자산도 함께 증가했고 환율 영향도 컸던 점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악화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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