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11월 19일 세종캐피탈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까지 불러온 이번 수사의 시발점이었다.
"주가조작 첩보 확인을 위한 압수수색"이라고 둘러댔던 검찰은 이틀 만에 노 전 대통령 측근인 정화삼씨 형제를 체포하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곧 이어 사건의 핵심이 농협중앙회의 세종증권 인수 비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인수 로비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12월 4일 구속됐다.
국세청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긴 것은 그 와중이었다. 12월 12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탈세 혐의로 구속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중수부로 집중됐다. 그러나 의외로 검찰은 조용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박 회장의 금품공여 정황들이 포착됐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3개월 동안 치밀한 내사를 벌였다. 박 회장을 수시로 불러 조사했고 그의 세 딸을 출국금지하는 등 박 회장에게 유ㆍ무형의 압박을 가했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까지 수사할 수 있겠느냐"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는 오히려 사건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검찰 수뇌부는 고민 끝에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3월 17일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의 체포를 시작으로 2라운드 수사의 막이 올랐다.
김원기 박관용 전 국회의장, 민주당 이광재 서갑원 의원, 한나라당 박진 의원,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이 박 회장 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소환됐다. '잔 가지'를 정리한 검찰은 지체 없이 노 전 대통령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이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가 검찰에 소환됐고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가족에게 600만 달러를 준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이 돈과의 관련 여부를 조사 받기 위해 공개 소환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이번 수사의 가장 높은 봉우리일지 몰라도 마지막 봉우리는 아니다. 검찰은 조만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수사의 끝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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