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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돼지 인플루엔자 비상/ '인간 대 인간' 전파속도 따라 대유행 전염병 발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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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돼지 인플루엔자 비상/ '인간 대 인간' 전파속도 따라 대유행 전염병 발전 가능성

입력
2009.05.02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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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인플루엔자가 국경을 넘나들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28일 미국 내에서 바이러스의 인간 대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멕시코와 같은 집단적 발병이 여러 대륙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7일 "돼지인플루엔자가 대유행(pandemic) 전염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 인간 대 인간 감염 확인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레고리 하틀 WHO 대변인은 28일 "멕시코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멕시코 여행자에 의해 확산된 것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염이 확인되면서, 이제 돼지인플루엔자의 대유행 여부는 사람 대 사람 간 전파속도에 달려 있다. 영국에서도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부부와 접촉한 7명이 유사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고 있다.

바이러스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비행기를 통해 국경을 넘어 유럽, 아시아, 중동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호세 앙헬 코르도바 멕시코 보건장관은 27일 돼지인플루엔자 사망자가 152명으로 늘었으며 감염 의심 환자 1,60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이날 전체 감염자가 50명으로 증가했다. 뉴질랜드에서 11명, 이스라엘에서도 1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태국에서도 의심환자 1명이 발생했다. 중국도 28일 산시(陝西)성에서 중학생 100여명이 집단으로 독감 증세를 보여 검사 중이라고 WHO에 통보했다.

멕시코 정부 늑장대응 화 키워

멕시코 정부의 허술한 대응이 돼지인플루엔자의 확산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멕시코 보건당국은 22일 돼지인플루엔자 사망자가 일부 있지만 전국적으로 번질 조짐은 없다고 발표하고도 다음날 돌연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도 사태의 심각성을 국제기관으로부터 전해 듣고서야 대응책 마련에 나섰을 정도다.

의료진의 진료 기피도 도마 위에 올랐다. 멕시코 정부가 사망자 가족에게 2주가 넘도록 의약품을 지급하지 못하자 의료진까지 감염 의심환자의 치료를 꺼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르도바 장관은 28일 "원인이나 지리적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최초 발생지는 남부 오악사카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동부 베라크루스주 라글로리아 마을에서 급속히 퍼진 호흡기 질환이 돼지인플루엔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최초 양성 반응 환자가 이 마을 출신인데다 고열, 구토, 설사 등의 증세가 돼지인플루엔자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여행자제 조치로 국제적 갈등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은 28일 감염 의심 환자가 발생하자 인플루엔자 상륙을 막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고열 환자에 대한 집중 감시에 들어가고 멕시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으로 홍역을 치른 중국은 열 감지기를 전국 공항에 설치하고 검역 요원을 증원 배치했다.

한편 각국의 여행 자제 조치는 때 아닌 국제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안드룰라 바실리우 집행위원은 27일 "멕시코나 미국으로 여행 자제를 권고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근거 없는 결정"이라며 정색하고 반박하면서 미국-EU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였다. 이에 바실리우 위원은 28일 "여행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치 않는다"고 전날 발언을 번복했다.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호주 정부 등도 멕시코, 미국 등으로의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하지만 여행 자제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하틀 WHO 대변인은 "여행 자제 조치는 공공보건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더 큰 경제 혼란을 초래한다"며 "잠복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감지할 수 없기에 열 검사나, 국경통제는 작동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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