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에 오른 차병원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주 확립 연구는 가능한 한 난자를 적게 쓰고, 연구 제목을 수정하는 등 윤리 문제를 최소화한 끝에 결국 29일 승인이 났다. 윤리 문제와 연구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어쨌든 국내 체세포 복제 연구는 시동이 걸렸다.
■ 연구 어떻게 진행하나
차병원 연구팀은 불임시술을 위해 채취했다가 질이 나빠 수정에 쓰지 않았거나 수정이 안 된 난자 300개를 써서 실험조건을 먼저 확립한 뒤, 불임시술 뒤 남은 냉동난자 500개로 체세포 핵이식에 들어간다.
총 800개의 난자 사용은 애초의 계획보다 20%를 줄인 것이다. 연구팀은 또 난자 800개를 소진하기 전 1개라도 줄기세포주가 확립되면 곧바로 실험을 중단하고 국내외의 검증을 받은 뒤 연구 진행 여부에 대해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다시 받을 방침이다.
연구책임자인 정형민 차병원 차바이오텍 대표는 "이미 알려진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 한다고 없던 돌파구가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1년 안에 결론을 보겠다"고 말했다.
■ 황우석 연구와 무엇이 다른가
차병원 연구는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든다는 점에서 황우석 박사의 연구와 목적이나 원리가 다를 바 없다. 다만 황우석 사태 당시 큰 문제로 드러난 난자 기증의 부작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생명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된 상태라 차병원 연구에는 폐기될 난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갓 채취된 건강한 난자가 성공의 관건으로 알려져 있어 차병원 연구에 대해서는 기대가 엇갈린다. 차 대표는 "어려움은 있으나 차병원 연구진이 세포를 다루는 데 숙련돼 있기 때문에 난자 200개에서 1개 정도 줄기세포주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병원은 약 2,000개의 냉동난자를 보관하고 있어 기증 동의만 얻는다면 난자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
■ 복제연구 재개 어떤 의미 있나
윤리학계뿐만 아니라 생명과학계 일각에서도 여전히 체세포 복제 연구에 회의적 시각이 있다.
2007년 일본과 미국 등에서 난자 없이 배아줄기세포와 흡사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한 뒤 "성공효율도 낮고 난자가 필요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 연구는 용도폐기됐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체세포 복제의 대부인 이안 윌머트 박사도 "유도만능줄기세포가 훨씬 현실적"이라며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경우 아직 안전성이 100% 확인되지 않아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인 김동욱 연세대 교수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대두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아직 모두 태동기여서 함께 연구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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