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멕시코를 다녀온 뒤 돼지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 50대 여성이 ‘추정환자’로 판명됐다. 추정환자는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 확진 판정 이전 단계로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말한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 이외에도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17일 이후 멕시코를 거쳐 국내에 들어온 1만여 명에 대해 전수 추적조사를 하는 한편, 국가재난단계를 현재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했다. 국가재난단계 총 4단계 가운데 2단계에 해당하는 ‘주의’는 신종 전염병이 유입된 것으로 판단될 때 발령된다. 이는 보건당국이 사실상 국내에 돼지 인플루엔자가 유입됐음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8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돼지 인플루엔자로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추정환자로 판명됐다”면서 “확진은 2주일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환자는 경기도에 사는 51세 여성으로 19일부터 멕시코시티 남부 모렐로스 지역을 여행하고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고열과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을 보여 인근 보건소에 자진 신고했다.
현재 국군수도병원에 격리 수용돼 치료제인 ‘타미플루’ 투여를 받고 있다. 이 환자는 고열 등의 증상이 완화된 가운데 추가 합병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멕시코에서 환자 일행을 태운 현지 운전기사를 통해 감염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과 승무원 315명 전원에 대해 인플루엔자 증상 유무를 조사하는 한편, 주거공간에 함께 거주하고 있는 40명에게 ‘타미플루’를 투여했다.
본부는 특히 보건당국에 자진 신고한 7명 가운데 1명이 추정환자로 판명됨에 따라, 입국자 1만 명 가운데 추가환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이들의 명단을 확보, 추적 조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가재난단계를 상향 조정함에 따라 돼지 인플루엔자 백신의 국내 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종 인플루엔자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생산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북미産 산 돼지 수입 잠정중단
한편 외교통상부는 이날 돼지 인플루엔자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 전지역을 여행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또 농림수산식품부는 29일부터 멕시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으로부터 살아있는 돼지 수입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모두 1,757마리의 살아있는 돼지를 씨돼지(종돈) 용도로 수입했으며, 이 중 북미에서 들여온 것은 1,562마리였다.
유병률 기자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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