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반복 재생되는 문장의 시제에 관한 연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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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어는 어떤 바탕 위에서 생성되는 것일까?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있지만, 물리학의 가설은 우리 우주는 바탕이 없는 상태에서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3차원 우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한하지만 경계가 있는 우주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을까? 유한무경계 우주가 수학적으로만 가능한 것처럼 무한유경계 우주는 언어에서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수학적으로는 가능한 것이 있듯이 문학에서만 가능한 사건, 시간과 현상이 있다. 나는 비참한 수식 하나도 가지지 못한 채 늘 그것을 찾아 떠도는 언제나 해진 신발을 신은 자이다.
● 꼬리를 문 뱀 같고, 검은 레코드판 같고, 언젠가 내 손가락을 빠져나간 반지의 허공 같은 저 원환(圓環)을 이루는 문자들은 문장의 맥락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꿈틀거리는 무늬의 물질성으로 살아간다. 전생이 다음 생의 꼬리를 물었는가. 전생이 다음 생을 기억하는가.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 반복 재생되는, 빈 칸도 마침표도 없는 저 문자들의 무늬를 우리는 어떻게 읽을까. ‘… 태양계가블랙홀속으로사라져가는모습을슬프게바라보다가운적이있는다음생엔다시는별의운명으로태어나지말아야지하며사건의지평선을걷고있는내모습을보고있던나는태양계가블랙홀속으로… ’
■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ㆍ함성호 1963년 생.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56억 7천만 년의 고독> <聖 타즈마할> 등. 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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