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운명'의 대질신문을 받게 될까.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까지 표현했던 박 회장이 결국 검찰청사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만나 서로 얼굴을 붉히며 논박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두 사람의 진술과 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현 상황에서는 대질신문의 필요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질신문은 하나의 사실 관계에 대해 피의자나 증인이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할 때 유용하게 활용되는 수사 기법이다. 특히 뇌물 사건에서 금품을 줬다는 사람과 받았다는 사람이 한 자리에서 얼굴을 맞댈 때 거짓 진술을 하는 쪽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진술을 철회할 가능성이 커 검찰이 직접 추궁하는 것보다 더 큰 압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 회장이 그간 대질신문에서 펼친 '활약상'도 대질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다. 박 회장은 이번 수사 초기에 구속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과의 대질에서도 자백을 이끌어 내 '중수부 박 검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대질신문은 아직 고려한 바 없다"면서도 "소환 당일 사정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로선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관계를 감안할 때 다른 사건보다 대질신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질신문에서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말을 못 하거나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까지 계산에 넣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반박을 깰 비장의 무기를 대질신문이 아닌 공판에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의 대질 여부도 관심거리다. 두 사람이 30년 넘게 친분을 맺어 온 특수관계임을 감안하면 노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의 대질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이미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자세로 돌아선 상황이라면 이들 두 사람이 대검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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