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4대 금융당국 수장들이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모여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은법 개정 문제를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참석자 모두는 금융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상에만 공감했을 뿐, 금융회사 검사권이라는 현실에 접어들자 끝없는 평행선을 달렸다.
외형상은 한은법 개정안을 손수 마련한 기재위 의원들의 지원사격을 받은 이성태 한은 총재와, 한 목소리로 법개정 반대를 외친 윤증현 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감원장의 1대3 대결. 3명의 재무관료 출신들은 일제히 한은 주장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상을 제대로 물어보자'는 의원들의 긴급 호출에 불려 나온 진 위원장과 김 원장은 "한은의 금융기관 검사권한은 지금도 충분하다"면서 법개정에 반대했다. 현행 제도로도 정보 교류만 잘 이뤄진다면 한은이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 진 위원장은 "우리처럼 통합 감독기구가 있는 나라에서 중앙은행이 공동검사권을 갖고 있는 사례는 없다"며 "한은이 현 제도 아래서 정보 수집이 불가능한 지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도 "정보 공유와 공동검사는 현행 제도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굳이 중앙은행이 은행,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을 비롯해 심지어 시골에 있는 단위 농협까지 실지 조사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총재는 "지금 제도로는 필요한 정보를 제때 수집하기 어렵다"며 "독자적인 조사권한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그는 "과거 7,8년 동안 공동검사 및 정보공유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묘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금감원이 보내주는 자료는 대체로 2,3개월 지난 자료이고 정형화돼 있어 실지 조사를 통해 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 역시 예의 '장기 검토론'으로 같은 관료출신인 진 위원장, 김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부처간 조직 이기주의를 뛰어 넘어 국가 백년대계에 부합할 중앙은행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와대 직할로 금융개혁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 간에도 찬반 의견이 갈렸으나 핵심은 결국 감독당국과 한은 사이의 유기적 협조가 잘 안되는 현실에 대해 한쪽은 '지금 제도로도 가능하다', 다른 쪽은 '잘 안되니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맞선 셈이다. 공교롭게도 비관료출신 의원들은 한은쪽 입장을, 관료출신 의원들은 금융위와 금감원쪽 입장을 두둔했다.
한편, 재정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은법 처리 문제를 재논의키로 했으나 조기 타결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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