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조칼로 광장. 화창한 일요일인데도 인적을 찾을 수가 없다.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황급히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면서 서민들의 행락지로 유명한 차풀테펙 공원은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셔터를 내렸으며 일요일 내국인에게 입장료를 받지 않는 인류학박물관, 타마요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도 이날은 문을 닫았다. 주일 미사도 취소됐는데 가톨릭 대국으로 꼽히는 멕시코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축구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26일 멕시코시티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 축구 경기는 관중석이 텅 빈 가운데 치러졌다. 경기를 앞두고 입장권이 매진돼 많은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경기장에는 관중이 없었다.
돼지 인플루엔자 발원지로 알려진 멕시코가 돼지 인플루엔자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26일 현재 103명이 숨지고 1,614명이 감염되는 등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와 의심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이 신속하지 못한데다 관련 정보마저 부족해 멕시코 국민들은 큰 혼란을 겪으며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시티를 포함, 무려 17개주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되자 멕시코 정부는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멕시코시티는 학교를 비롯해 공공장소 대부분을 폐쇄하고 교회 행사를 포함한 공식 행사도 대부분 연기한 채 비상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TV와 라디오는 돼지 인플루엔자 관련 징후와 대처방법 등을 연방 내보내고 있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앞으로 3일 이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설을 전국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러시아가 멕시코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제한키로 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미국 및 멕시코산 돈육 제품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어 멕시코가 떠안을 경제적 피해도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관광 및 항공산업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 아우구스틴 카스텐스 멕시코 재무장관은 "인간의 생명에 미치는 위험도 크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멕시코의 한인 동포 1만3,000여명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한인 동포들은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어 고전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까지 발생, 손님의 발길이 끊기자 매상이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주멕시코 한국 대사관은 이날 접수돼 있는 비자인터뷰 5,100여건을 중단한다고 밝히고 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긴급대책반을 구성하고 한인 사회의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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