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는 일본에서 병든 노인을 간호하기 위해 부득이 일을 그만 두어야 하는 가족이 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일부가 간호부담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살인ㆍ자살하는 사례도 급증,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최근 충격을 안겨 준 것은 모친 간병에 전념하기 위해 2년 전 연예계를 떠난 가수 겸 탤런트 시미즈 유키코(淸水由貴子ㆍ49)씨의 자살 사건. 시미즈씨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당뇨병과 치매를 앓는 중증 환자인 모친의 간병 부담에다 일을 그만 둔 뒤 적지 않은 고립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2007년 가족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긴 사람은 모두 14만4,800명에 이른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전했다. 1999년 같은 조사에서 8만7,700명이던 숫자가 약 8년만에 1.6배 이상 늘었다. 이중 80% 이상이 여성이다.
일본 정부는 가족의 간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00년 '재택간호보험'을 도입해 1회 1시간 30분 정도의 방문 간호나 중증인 경우 최대 하루 7, 8시간의 일일 간호를 지원하고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마다 최소 한 곳의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설치, 가족 간병자의 부담을 덜고 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전문가가 상담ㆍ조정하는 체제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간병을 위한 휴업으로 인정 받아 후생노동성에서 임금의 40%에 해당하는 급부금을 받는 '간병휴업자'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간호보험 서비스 이외의 시간에는 늘 곁에서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부담에다 일을 그만 두고 거의 집에 머무르면서 생기는 고독감 등으로 재택간병자 4명 중 1명이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도 후생성 조사에서 밝혀졌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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