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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계에 '경(京)'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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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계에 '경(京)' 속출

입력
2009.04.2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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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5,000,000,000,000'(1경1,665조원).

작년 인터넷뱅킹을 통해 거래된 금액이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인터넷뱅킹을 통한 연간 거래 금액이 전년보다 18.9% 급증해 1998년9월 인터넷뱅킹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1경(京)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 금융 통계에서 1경을 넘는 숫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장부상에서나 볼 수 있는 생소한 단위인 경은 1조(兆)의 1만 배에 해당하는 숫자로, 그 규모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경을 나타내려면 영(0)이 16개나 동원돼야 한다.

파생상품 거래액은 일찌감치 경을 넘어섰다. 작년 파생상품 거래총액(명목기준)은 약 5경8,000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외환 관련 파생상품 거래액은 1경을 넘었고, 주식 관련 파생상품 거래액은 4경2,000조원 가량이었다. 그나마 국제 금융위기여파로 전년보다 13.1% 감소한 수치다.

한은 금융망을 통한 연간 자금 이체 총액도 작년 4경713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앞으로 경 단위의 통계는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말 우리나라 총 금융자산 잔액은 전년보다 7.5% 늘어난 8,665조8,000억원이었는데, 예년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이 역시 1~2년 내 1경을 넘을 전망이다.

경을 넘어 '0'이 4개씩 더 붙으면 해, 자, 양 등의 단위가 등장하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통계 단위가 커지면 국민이 그 규모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화폐 액면단위 축소(리디노미네이션) 밖에 없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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