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의 19개 대형은행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생존 능력 진단 테스트인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은행의 위기 대처 능력이 주목 받고 있다.
미 연준은 24일 백서에서 "2010년까지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더라도 대형 은행들이 이를 견뎌낼 만한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자산 총계 1,000억달러(약 134조원) 이상의 은행 19곳을 대상으로 내년 실업률이 10.3%까지 상승하는 등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나빠졌을 경우를 시나리오로 만들어 건전성을 테스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스트레스 테스트에는 연준을 비롯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국(OCC) 등의 전문가 150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연준은 구체적인 은행별 결과는 다음달 4일 발표할 예정이다.
백서가 발표되자 미국 경제계는 그간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명단이 월가에 나도는 등 부작용이 증폭돼왔다"며 환영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테스트가 당초 의도와 달리 진행되면서 이런 결과가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월 "미국 은행이 경제위기를 견뎌낼 수 있도록 필요할 경우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은행의 자본 건전성이 충분한지를 테스트하라"고 지시했다. WSJ는 "스트레스 테스트의 목적은 자본 확충 없이도 최악의 경제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은행과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은행을 가려내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당초 취지와 달리 시장은 이 테스트를 '살생부 리스트'로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21일 의회 청문회에서 "대다수 은행이 대출에 나설 만큼 자본을 잘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며 테스트 결과를 흘리기도 했다.
미 행정부가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시장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더글러스 전 FDIC 사무총장은 "스트레스 테스트는 미 행정부가 일부 은행의 문을 닫게 할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며 "연준은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음달 4일 모든 은행에 A학점을 부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 경우 시장은 테스트 결과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미 행정부는 신뢰성의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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