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용 필름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렉스바의 김호섭(50) 사장은 중국, 불가리아, 칠레, 미국, 터키 등 해외 바이어들이 보낸 메일 체크로 하루를 시작한다. 새로 계약을 맺자는 메일도 하루 두세 통은 들어온다. 중소기업들이 불황에 쩔쩔 매는 이 때, 김 사장이 꾸준히 계약을 이뤄내는 비결은 뭘까. 바로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전자무역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중소기업지원센터가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자무역을 처음 접한 뒤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몇 달 만에 수 십만 달러의 계약을 따내는 등 성과도 좋다. 김 사장은 "기술력은 자신 있지만 어디에 어떻게 팔아야 할 지 막막했다"면서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전자무역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 참여했던 15개 업체 대표들도 6주 만에 3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맺고 4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상담을 일궈냈다.
내수는 꽉 막히고 해외 판로 개척도 쉽지 않은 중소기업에게 전자무역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한 달 새 400개 넘는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 최대 전자무역 사이트 '알리바바닷컴'에 인증 신청을 했고,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전자무역지원센터를 통해 전자무역 시장에 진출한 기업만도 40개를 넘는다.
전자무역은 인터넷을 이용해 글로벌 전자무역 시장에 접속, 바이어와 공급 업체를 찾아낸 다음 이메일, 화상 채팅, 메신저 상담을 통해 최종 계약까지 이르는 업체 간 교역. 흔히 '글로벌 B2B 전자상거래'라고도 하는데, 알리바바닷컴만 240개 나라 3만8,000개 이상의 공급 업체와 바이어들이 이용하고 있다.
전자무역의 최대 장점은 비용 절감과 속도성. 4년 전부터 전자무역을 해 온 컴퓨터기기 제조업체 최모(47) 대표는 "대기업은 해외 박람회다 뭐다 해서 바이어를 접촉할 기회가 많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런 비용조차 부담스럽다"며 "전자무역의 경우 클릭 만으로 계약을 할 수 있어 시간도 훨씬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또 중남미, 아프리카 등 오프라인 접촉이 힘든 나라 바이어와 계약을 맺는 등 새 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도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상공회의소,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중소기업들이 전자무역에 나설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 마련, 인증 가입비 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은 지난해 130개 업체를 도와 1,84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IT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전자무역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면서 "외국 바이어들도 기술력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과 전자무역 하는 사실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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