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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화 대가들도 이런 시절이…경묵당이 낳은 서화가들 초기 습작 등 18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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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화 대가들도 이런 시절이…경묵당이 낳은 서화가들 초기 습작 등 180점 전시

입력
2009.04.2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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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의 화가 심전 안중식(1861~1919)은 1901년께부터 사망할 때까지 서울 종로구 당주동 자택에서 '경묵당'(耕墨堂)이라는 개인 화실을 운영했다.

소림 조석진을 비롯한 당대의 서화가들이 매일같이 이곳을 드나들며 모임을 가졌고, 한국 최초의 만화가인 관재 이도영을 비롯해 청전 이상범, 심산 노수현,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등 문하생들이 전통 서화를 배웠다. 청전과 심산은 아예 숙식을 했다. 경묵당은 그냥 화실이 아니라 서화가들의 사랑방이자 공동 작업실이기도 했다.

심전의 8촌이자 서예가인 석정 안종원(1877~1951) 역시 서울 종로구 장사동 자택 사랑채에 '경묵당'이라는 당호를 내걸었다. 심전 사후 1920년께부터로 추정된다. 이곳은 후진 양성이 주목적이었던 심전의 경묵당에 비해 사적이고 친교적 성격이 강했다.

권력자와 지식인 등 서화 애호가들이 모여 주연과 시회(詩會)를 즐겼다. 안중식이 초대, 안종원이 5대 간사장을 맡은 서화협회의 사무실로도 이용됐다. 이곳을 찾은 정치인, 이완용 박영효 민병석 김가진 등은 서화협회 명예회원으로 서화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작품을 매입하기도 했다.

고려대박물관이 28일부터 7월 5일까지 '근대 서화의 요람, 경묵당' 전을 열고 두 경묵당이 낳은 서화와 그 의미를 조명한다.

안중식ㆍ안종원의 순흥 안씨 문중으로부터 기증받은 서화를 중심으로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현대미술관 등으로부터 빌린 관련 작품까지 총 180여 점을 모았다. 근대 화단의 거목이 된 대가들의 학습 과정과 걸작 탄생의 바탕이 된 초기 습작들이 대거 소개된다.

당시 전통 서화 교육은 모사(模寫)와 임모(臨模), 사생(寫生)의 세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모사는 스승의 그림 위에 종이를 대고 베끼는 것, 임모는 스승의 그림을 곁에 두고 보면서 그리는 것이다. 사생은 관찰력과 실재감을 익히기 위한 훈련 방법이었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에서 당시의 학습 과정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상범의 10대 시절 그림인 '동방삭투도도(東方朔偸桃圖) 습작'과 작자 미상의 같은 제목 그림은 안중식의 '동방삭투도도'의 도상을 그대로 본땄다.

세 그림은 인물의 생김새와 옷주름의 표현까지 거의 흡사하다. 조석진의 '파주문월도'(把酒問月圖)와 제자 김은호의 '이백대월도'(李白對月圖), 그리고 작자 미상의 '이백대월도 초본' 역시 이런 학습 과정을 보여주는 흡사한 그림들이다. 고려대박물관은 작자 미상의 초본은 스승의 그림을 바탕으로 한 김은호의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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