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추락사고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으로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직접적 신체 상해가 아닌 2차적 정신 장애까지 업무상 재해로 판단해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뒤집은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전대규 판사는 건설노동자 현모(45)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추가상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감정 의사들이 추락사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견해를 낸 점과 원고의 치료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증상은 추락사고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현씨가 겪고 있는 우울 장애 증상에 대해서도 "이 사건의 추락사고로 인해 발생했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원인이 된 증상으로 봐야 한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현씨는 2005년 7월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6m 높이의 발판에 올라가 작업을 하다가 발판이 넘어지는 바람에 추락해 척추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현씨는 당시 이 부상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현씨는 입원 기간 동안 신체상해 외에, 추락사고 당시 상황이 기억에서 가시지 않는다며 두통, 불면증, 무기력증 등 정신적 장애를 호소했다. 병원은 2006년 10월 현씨의 증세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판정했다.
현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현씨가 추락사고 후 상당 기간이 지나 직접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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