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SI)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이미 SI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상방역체계가 갖춰지기 전 이미 멕시코를 거쳐 입국한 사람이 7,0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SI가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I의 유력한 국내 유입 경로는 멕시코와 남부 캘리포니아 등 발병지역 여행자들을 통한 것. 발병지역 수입물품을 통한 감염도 생각할 수 있지만, SI 바이러스는 식품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고 설령 물품에 묻어있더라도 운반과정에서 대부분 소실된다.
현재 정부는 공항에서 발열 등 간이검사를 통해 SI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 방역체계가 갖춰지기 전인 4월17일 전후로 멕시코를 거쳐 입국한 사람은 이미 7,000~1만 명으로 추정된다.
또 SI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간이 3~7일이기 때문에 공항에서 걸러낼 수 있는 비율도 5~10% 정도에 불과하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 해도 90%는 당국 방역체계로는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미 SI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멕시코 여행자들을 일일이 추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본인들이 증상이 있을 경우 보건당국에 신고하는 것 외에는 달리 찾아낼 방법이 없다"며 "잠복기간이 끝나는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I 감염자가 공항을 무사히 통과했다면 국내에서 사람들 접촉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SI는 통상적인 독감과 증상이 같기 때문에 일선 병ㆍ의원에서 SI 환자를 일반 독감환자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발병지역을 최근 여행했는지 여부가 유일한 방법이다. 이 경우 SI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만, 조기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측은 요즘 병원을 찾는 독감 환자들 대부분 계절성 독감으로 확인되고 있고, 설령 SI가 국내에 들어온다 해도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SI 바이러스가 유입이 되더라도, 한국의 위생수준과 의료시스템을 감안하면 유행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이다.
이 본부장은 "멕시코는 초기 바이러스 독성이 강력할 때 치료제를 제때 못써서 사망자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SI 초기 때와 달리 미국에서는 독성이 점차 약화하면서, 계절 인플루엔자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SI가 유입돼 일부 감염이 있다 하더라도, 미국과 같이 큰 문제없이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SI 독성이 약화됐다고 하지만 노약자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고 나아가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타미플루' 등 치료제가 있다고 하지만 타미플루에 내성인 돼지 인플루엔자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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