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법은 언제나 '뜨거운 법률'이었다. 여러 차례 법 개정이 있었지만, 순탄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과거엔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 문제로, 그 뒤엔 중앙은행 제도의 효율성 문제로 인해, 법을 고치는 일은 늘 시끄러웠다.
소란스러움의 본질은 결국 유관당국(정부 한은 감독기관)간 영역 다툼이었다. 이번 한은법 개정 작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글로벌 위기 이후 '금융불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최적의 중앙은행 모델'을 찾고자 시작된 한은법 개정논의는, 예상대로 밥그릇 싸움을 연상케 하는 관계당국간 감독권한 다툼으로 이미 변질된 상태다.
보다 많은 감독권한을 가지려는 한은과, 독점적 감독권한을 놓고 싶지 않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마찰은 그렇다손 치자. 이럴 때 중재하고 조율해야 할 기획재정부는 기본적으로 이 소란스러움이 탐탁치 않은 모양이다.
윤증현 재정부장관은 지난 주 간담회에서 "지금이 이런 문제로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로운 때냐"고 까지 말했는데, 국가경제가 부도상황으로 치닫던 1997년엔 과연 한가한 시절이라서 정부가 그토록 한은법 개정에 '올인'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윤 장관은 당시 한은법 개정실무를 총괄하는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이었다)
한은법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윤 장관의 발언의중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칠 것이 있다면 얘기가 나왔을 때 고치는 게 최선이다. 어차피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뜻밖에도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재선거에 추경, 양도세 등으로 결코 '한가'하지 않을 텐데, 미적대는 정부와 달리 한은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였다니 분명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27일 열리는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법안통과가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지도부의 생각이 다르고, 주변 상임위(감독당국을 소관하는 정무위)가 반대하고, 따라서 법사위 및 본회의 통과여부는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재정위는 소임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밖에 이번 주 주목할 경제일정으로는 실물경기흐름을 보여줄 산업활동동향(30일)ㆍ수출입동향(5월1일) 발표가 있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워진 다주택자 양도세문제가 어떻게 결론 날지도 관심거리다.
이성철 경제부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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