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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 대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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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 대 오바마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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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워싱턴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100일을 즈음해 그의 통치 스타일을 분석하는 담론들이 분출하고 있다. 대개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고 있는지, 초기 정책이 지나치게 급진적인 것이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약 부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국정의 가장 중요한 두 축, 즉 외교와 경제에서 향후 어떤 결과를 낼지 속단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취임 초기 선전하는 오바마

외교에서는 '적과 아군'의 이분법적 사고에 함몰됐던 조지 W 부시 정부의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적과 아군 사이에 다양한 중간지대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적이 친구가 될 수 있고, 친구가 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제에서는 정부의 통제가 적절히 가해질 때 시장이 더 건전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전파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나락으로 질주하던 탐욕의 경제에 일단 제동을 건 것 자체를 인색하게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궁극적으로 미국에 득이 되는가 하는 논란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과 세계로부터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미국의 이익과 부합하느냐는 별개 문제다. 야당인 공화당이 주로 제기하는 비판이지만 민간 전문가와 언론들도 이런 담론에 조심스럽게 동참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이고 구체적인 사례가 남미 좌파의 기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나눈 '악수외교'와 중앙정보국(CIA)의 가혹 신문 공개다. '미국에 해를 끼치려 하는 반미국가의 지도자와 손을 맞잡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미국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취한 CIA의 신문 방법을 비도덕적이라며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이 미국을 위한 것인가' 하는 지적이다.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이 내민 손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이 쪽이 마음을 열면 저 쪽도 열 것'이라는 생각은 미국의 안전을 지킬 수 없는 순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악수 외교 논란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국방 예산은 미국의 60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나 이익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해명은 이런 순진함을 반영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AP통신 등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구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비교하는 기사를 부쩍 많이 전하고 있다. '이성을 이념에 우선했던' 고르바초프의 '신사고'가 결국 소련을 붕괴시키고 미국의 단극 지배를 허용했듯 오바마 대통령의 '낮은 외교'가 미국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등은 여전히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다.

미국의 이익에 대한 견해차

오바마 정부는 이를 실용외교로 맞받아치고 있다. 실용이라는 의미를 반대파들은 허약, 우유부단, 포퓰리즘 등으로 깎아 내리고 있지만 비타협적이고 경직된 사고를 타파하는 실용이야말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첫 걸음이라는 논지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향후 과제는 '부시의 유산 극복'이라는, 취임 전 설정한 100일 과제와 방향이 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지금부터는 부시가 아닌 오바마의 정체성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 미국민을 결집시키느냐가 오바마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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