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국가에서 왕의 무덤에 사람을 함께 묻는 풍습인 순장(殉葬). 우리나라에서는 가야에서 마지막으로 행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고대에는 어떤 사람들을 순장의 대상으로 삼았고 왜 그들을 함께 묻어야 했을까.
KBS 1TV '역사추적'은 27일 밤 11시30분 '17세 가야소녀는 왜 순장당했나?'에서 2007년 발굴된 경남 창녕군 송현동 15호분의 인골 분석을 통해 순장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구체적인 사실들을 살펴본다.
15호분의 인골 수습 결과 드러난 순장자는 4명. 세 구의 인골은 도굴꾼에 의해 훼손되었지만 북벽에 위치한 온전한 한 구는 키가 150~160㎝에 달하고, 치아가 채 발달하지 못한 10대의 소녀로 드러났다.
순장자들은 널리 알려진 가설처럼 전쟁 포로나 미천한 계급의 노비가 아닌 죽은 이의 측근 인물들로 선별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부장품인 철제관식, 마구류, 무기류, 금제장신구들은 순장자가 관리, 마부, 호위무사, 시종과 같은 주변인들이었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즉 중간계급 이상의 측근들이 순장됐다는 뜻이다. 또한 수습된 인골들의 형태와 누운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생매장된 것이 아니라 죽은 후 묻힌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이들을 죽여서 묻은 이유는 "현세의 삶이 죽어 저승에서도 지속된다"고 믿은 가야인의 사후세계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유품과 측근 사람들까지 함께 무덤으로 안고 간 것이다.
고대국가 이후 순장제도는 사라졌지만 이는 국가나 지배집단의 권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숙한 국가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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