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을 멈춰 다행이지만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는 아니다."
한국은행이 24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1%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는 속보를 발표한데 대한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 성장률이 플러스로 반전된 것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0.1%'라는 수치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0.1% 성장은 사실상 작년 4분기 때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분석이다. 경기 급락세가 멈춘 점은 다행이지만, 아직 본격적인 회복을 논할 때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V자형의 급속한 회복은 사실상 어렵고, 바닥이 긴 U자형이나 회복 속도가 미미한 L자형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불안한 경제 지표
우리 경제가 전체적으론 전분기에 비해 소폭 성장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실물 경기는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민간소비(0.4%)와 서비스업(0.3%)이 플러스로 반전했고, 정부의 적극적인 건설경기 부양책 덕분에 건설투자도 5.3%로 호전됐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4%로 지난해 4분기(-12.6%)에 비해 감소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4.1%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제조업도 –8.2%로 뒷걸음질 쳤고, 설비투자도 -9.6%에 그쳤다. 민간소비가 늘어났는데 산업 생산은 줄어든 꼴이다.
이에 대해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업들이 신규 생산에 나서기 보다 창고에 쌓인 재고를 처리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런 현상은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저점 아직 멀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추가 하락은 면했지만 상승으로 'U턴'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분기 성장이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해서 경기가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황인성 연구원은 "현재 재고 움직임을 볼 때 경기가 턴어라운드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오히려 2분기에는 정체, 또는 소폭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재정지출로 수요를 확대시키더라도,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엔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를 경기 저점으로 예측한 한은도 신중한 태도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기가 저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는 돼야 한다"면서 "아직은 저점 신호라고 볼 수 없고 저점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특히 경기 저점을 확인하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져 'L자형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거시팀장은 "0.1% 반등은 우리 경제가 빠른 추락세는 멈췄지만 반등은 못하고,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재정 지출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까지 내수가 살아나지 않으면 내년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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