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실시된 아이슬란드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독립당이 패배하고 좌파 임시정부가 압승했다. 아이슬란드는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을 받는 등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림으로써 이번 총선에서는 집권당의 패배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AFP통신 등 외신은 26일 잠정 개표 결과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과 좌파 녹색운동으로 구성된 임시정부가 과반 지지율을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8년간 집권한 보수독립당은 1987년 총선 당시 27%보다 낮은 20% 초반대의 최악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비야르니 베네딕슨 보수독립당 당수는 총선 패배를 시인하면서 "다음에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좌파정당의 임시정부가 63개 의석 가운데 35석을 차지하고 보수독립당은 2007년 선거 때 획득했던 25석보다 크게 줄어든 15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혔던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말 세계 금융위기로 자국 화폐인 크로나의 가치가 44%나 폭락하면서 국가부도 위기에 놓여 IMF로부터 21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주요 은행 3곳이 국유화했고 지난해 연말 실업률은 10%에 달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독립당 소속 게이르 하르데 전 총리가 건강을 이유로 퇴임하면서 2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가 이끄는 좌파연정이 이번 총선 전까지 과도정부를 이끌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과거와 달리 경제위기 책임론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었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좌파 임시정부는 연정을 계속 유지하면서 세금을 인상하고 은행들을 국유화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과감한 경제위기 극복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치학자 구나르 헬기 크리스틴손은 "보수독립당이 아이슬란드의 경제 위기를 유발한 장본인으로 지목돼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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