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부천 오정 산업단지 내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생산업체인 화우테크놀러지의 신사옥. 8층(지상 7층, 지하주차장) 규모의 이 건물은 국내에서 처음 건물 조명 전체(7,666개)를 친환경 고효율의 LED조명으로 설치해 화제가 됐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막대 그래프 8개가 끊임 없이 움직이는 컬러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이 모니터는 쉴 틈 없이 바뀌는 층 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과 전력 사용량을 알려줬다.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스위치 감지 방식 시스템'덕분이다. 유영호 화우 대표는 "제품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도 친환경,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야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이 점을 최우선으로 삼아 지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녹색 바람을 타고 친환경 건물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산화탄소 줄이기가 전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데다, 정부도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인 친환경 건축물에 대해 환경개선부담금을 줄여 주기로 하면서 친환경 건축물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탄소 줄이기에 나선 화우의 노력은 건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지하 1층에 빗물을 120톤까지 모을 수 있는 저수조와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설치해 분수대와 꽃, 나무에 물을 공급한다. 회사 주변에는 태양광과 LED 가로등을 설치했다.
사무실 벽 곳곳에는 LED 조명으로 키우는 화초들이 즐비하다. 김태헌 팀장은 "식물에게 빛을 충분히 주는 동시에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우의 새 사옥은 올해 3월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건축물'인증을 받았다.
특히 화우는 세계 최초로 LED조명을 통해 UN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추진 중이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UN으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기업이나 기관만 가능하다. 화우는 이 달 중 정부의 승인을 거쳐 늦어도 내년 안에 UN 인증을 받을 전망이다.
화우는 현재 시스템으로 해마다 탄소 배출량을 226톤 줄여 1년에 770만원(현재 1톤, 18유로)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 대표는 "2013년부터 우리나라도 이산화탄소 의무 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는 기업에 탄소세 부과나 기업 할당제 등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탄소 거래 가격이 최소 2,3배는 오를 것이 확실해 수입은 그 만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우 뿐만 아니라 친환경 시설로 무장한 건물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홈플러스 부천 여월점은 전기 생산이 가능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 창호 시스템(BIPV)'을 비롯해 태양광, 풍력 터빈, 형광등 밝기 조절 시스템 등 69가지 친환경 아이템을 도입했다.
태양 전지용 잉곳 생산업체인 웅진에너지는 197㎾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고, 3,000톤 규모의 수축 열조로 심야 전기를 저장했다가 낮에 쓴다. 또 폐수 재생 시스템을 통해 폐수 95% 이상을 재활용, 하루 300톤의 물을 아끼고 있다.
새로 지어질 건물들도 친환경 시스템이 적용된다. 잠실 제2 롯데월드는 ▦최대 200㎾ 넘는 태양광 발전기 ▦지하수 열을 냉난방에 쓰는 지열냉난방 시스템 ▦풍력발전기 등을 만든다. 상암동에 들어 설 640m 높이의 랜드마크 '서울라이트(가칭)'는 대나무처럼 건축물 가운데가 비어 있는 구조로, 지면과 꼭대기 층의 기압차를 이용해 자연 환기와 풍력 발전이 가능하게 지어진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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