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3으로 맞선 경기종료 3.8초 전. 서울 삼성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다. 이날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던 애런 헤인즈(17점 5리바운드)가 강혁에게 공을 넘겨 받았다. 왼쪽 모서리를 파고들던 헤인즈는 하승진(전주 KCC)에 막히자 종료 버저와 함께 공을 던졌다.
몸의 중심은 잃었지만 헤인즈는 끝까지 손끝에 힘을 실었다. 헤인즈의 손을 떠난 공은 림도 안 맞고 그물 안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허재 감독 등 KCC 벤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삼성이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8~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헤인즈의 결승 버저 비터로 KCC에 75-73 승리를 거뒀다. 첫 판을 승리한 뒤 내리 3경기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은 2승3패로 분위기를 반전했다. 두 팀은 오는 29일 장소를 KCC의 홈인 전주로 옮겨 6차전을 갖는다.
3쿼터까지 57-53으로 앞선 삼성은 4쿼터 종료 6분25초 전 신인 차재영의 3점슛으로 66-57까지 달아났다. 그대로 승리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KCC는 마이카 브랜드(30점 7리바운드)의 포스트 공격을 앞세워 착실하게 추격전을 펼쳤다. 종료 3.8초 전에는 브랜드의 자유투 2개로 73-37 동점까지 이뤘다.
끝내 동점을 허용하자 삼성 벤치는 망연자실했다. 선수들은 깍지를 낀 채 양 손을 머리 뒤로 올렸고, 안준호 감독은 잠시 작전지시도 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삼성은 그러나 연장 일보직전에서 외국인 선수 헤인즈의 버저비터로 기사회생했다.
삼성은 헤인즈 말고도 테렌스 레더(28점 6리바운드)가 잘해줬지만 국내 선수들이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친 탓에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KCC는 4차전에서 39점 15리바운드로 영웅이 됐던 칼 미첼(2점 5리바운드)이 테크니컬 파울 누적으로 3쿼터에서 퇴장 당한 게 아쉬웠다.
한편 이날 체육관에는 1만3,537명이 입장, 전날 세웠던 프로농구 한 경기 최다관중 기록(1만3,122명)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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