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치러질 재ㆍ보궐 선거가 종전 선거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선거결과가 예측 불허라는 점에서도 특이하지만, 파벌들의 권력다툼 이외에 정치적 메시지가 없다는 점에서 무기력한 국회에 이어 또 다시 정치 절망을 확인시켜주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다 보니 유권자들의 선거관심도 낮아 최저 투표율 기록을 세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전직 대통령 비리나 개성공단 문제 등 굵직한 정치 현안에 가려 상대적으로 선거관심이 적은 것만은 아니다.
좋아하는 정당 혹은 후보자가 있거나 논쟁적 선거이슈가 있을 때 투표참여 욕구가 높아진다. 선거운동 기간 정당은 조직을 통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고, 후보자는 개인적 자질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이슈를 평가해 자신과 가장 생각이 가까운 후보를 선택한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요인 중 어떤 것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업적이나 야당의 정책대안이 선거운동의 핵심이라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정당의 실종이며, 감성이 지배하는 선거구도가 되어 버렸다. 후보자들은 자신들을 광고하고 팔기보다 상대를 비방함으로써 반사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은 괄시 받는 측은한 존재임을 내세우게 된다. 좋은 말로 격려 투표지, 사실 동정투표를 기대하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내세울 특별한 것이 없을 때 네거티브 전략과 감성투표가 판을 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이슈의 실종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중요하지 않은 요인을 근거로 투표선택을 하게끔 만들고 있다. 이러한 선거구도로 인해 유권자들의 선거관심은 적어지고,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더 자극적인 선거 소재에 의존하게 만드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있다. 정책경쟁이 부재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투표독려를 하고 투표율 증가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의 심정이나 다름없다.
이번 선거결과는 정당별 의석변화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거결과를 통해 국민의 요구를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몇 석을 얻은 정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행보가 국민들에게 검증 받은 것으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든 투표자들의 적극적 지지를 통한 의석 확보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투표용지에 '찍을 후보 없음'이라는 칸이 있다면 아마도 투표율도 올라가고 여기에 표가 쏠릴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가 투표참가자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기권한 유권자들의 마음까지 읽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정치를 이끄는 정당들의 초라한 위상으로 인해 투표욕구가 생기지 않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보면서 정당들은 반성해야 한다.
정치 실망의 악순환은 국회에서 출발한다. 국회의 무질서를 일상화하면서 이를 막는다며 국회내 폭력에 대한 가중처벌을 담은 '국회질서유지법'을 내놓는 정당들에게 국민들이 애정이나 관심을 줄 리가 없다. 갈등이 융합되지 못하고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무기력하게 '여ㆍ야ㆍ정 협의체'라는 기형적 기구나 만들어 내는 정치권을 국민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작금의 정치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실망으로 바뀌고 결국 무관심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부디 정당들은 선거결과를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지 말고 저마다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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