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2급)로 지정된 삵이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로드킬'로 숨진 채 발견돼 보호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삵은 최근 한강습지에서 서식하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돼 연구팀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중 참변을 당했다.
26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팀(책임교수 박종화)에 따르면 올 2월 한강 야생동물 서식지 현황을 조사하던 중 강서습지 생태공원에서 삵이 서식하는 것을 확인, 암수 각 1마리에 추적장치를 달아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새와 작은 포유류를 잡아먹고 사는 고양이과의 야생동물 삵이 한강 하구인 곡릉천과 북한산 등에서 발견된 적은 있지만 서울의 한강습지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이중 수컷이 지난달 30일 행주대교 남단 올림픽대로에서 차에 치여 내장이 파열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삵은 개화산 쪽에 있는 도로 시설녹지로 이동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2월 발견 당시 수컷은 몸무게 5.85kg, 몸길이 61.2cm로 매우 크고 활동이 왕성한 상태였다.
조사중 야생동물 로드킬을 자주 목격했다는 유재심 연구원은 "현재 살아있는 삵 암컷 한 마리와 너구리 등 다른 야생동물들도 이곳을 주요 이동지점으로 삼고 있지만 서울시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연구팀은 임시방편으로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나 '출현지역' 등 주의 표지판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밝혔다.
최근 로드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로 도로를 건설할 때 '에코브리지'나 '언더패스' 등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만들고 있지만, 올림픽대로를 비롯한 서울시의 주요도로에는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연구팀 관계자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삵이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문 경우"라면서 "도시의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삵이 발견된 것은 한강 수변 생태계가 그만큼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한강 르네상스사업으로 인한 대규모 토목공사로 도심 생태계가 크게 위협 받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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