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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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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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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조우(福州)에서 19일 열린 국제수학연맹(IMU) 연례집행위원회가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CM) 개최지로 서울을 낙점했다. 한국 수학계가 3년 여 노력 끝에 일궈낸 성과다. 국제 수학계는 인도가 2010년 대회를 개최하는 데 이어 같은 아시아권인 한국이 ICM 개최지로 확정되자 한국 수학계의 역량에 놀라고 있다.

역경 헤친 기초과학 발전의 상징

ICM은 1897년 취리히에서 처음 열렸다. 1900년 파리에서 열린 2회 대회 이후 4년마다 개최되면서 기초과학 분야의 가장 중요하고 규모도 큰 국제학술회의로 자리잡았다. 1936년부터는 캐나다 수학자 존 찰스 필즈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난(難)문제를 해결한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수학의 노벨상 '필즈상'을 수여하면서 독보적 권위를 갖게 됐다.

ICM은 특히 20세기 최고의 수학자 데이비드 힐버트가 2회 파리 대회에서 '20세기에 해결할 23개의 문제'를 제시하면서 유명해졌다. 20세기 수학사는 이 23개 문제에 대한 도전과 성취의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전통을 살려 미국의 클레이 재단은 2000년, 새 천년에 풀어야 할 7개의 문제를 내고 100만 달러씩 상금을 내걸었다. 이 중 하나인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해 낸 러시아 수학자 페렐만은 2006년 필즈상 수상을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필즈상은 ICM 개막식에서 개최국 국가원수가 직접 메달을 수여할 만큼 권위를 인정 받고 있다.

한국 수학은 척박한 토양에서 싹을 틔운 이후 성장을 거듭해왔다. 광복 당시 한국 대학에는 수학과가 없었다. 1946년 대한수학회가 창립됐을 때 이학사 학위를 가진 수학자는 10명도 안 되었다. 그나마 좌우 대립과 한국 전쟁으로 많은 수학자가 월북 또는 납북되어 연구환경은 더욱 황폐해졌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경제발전과 연구환경 개선으로 한국 수학은 획기적 성장을 이루어냈다.

2006년 마드리드 ICM에서는 한국학자 3명이 첫 초청 강연을 했고, 2007년에는 국제학술지 발표논문 숫자로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미래 꿈나무 역할을 할 올림피아드 참가 학생들은 최근 3, 4등을 하고 있다. 또 대한수학회는 5개 등급으로 분류된 IMU 국가별 등급(투표수)에서 2등급에 속했다가 2006년 4등급으로 상향됐다. 5등급 국가가 G8과 중국, 이스라엘 등이니 선진국 문턱에 바짝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수학계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6년 ICM 유치를 신청했고, 올 2월 IMU 회장단의 실사를 받았다. 신청서에서 밝힌 모토는 'Dreams and hopes for late starters(후발국의 꿈과 희망)'이었다. 독일 베를린 공대 교수인 사무총장에게는 '라인강의 기적'이 한국의 모델이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한국은 '후발국의 꿈과 희망'

개인적으로는 1950년대 독일 정부 장학금으로 유학한 필자의 아버지 등 유학생들이 독일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젊은 학자들이 독일정부 장학금으로 학문을 익혀 조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제 한국도 개발도상국 수학자 1,000명에게 ICM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개발도상국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ICM 대회 유치 신청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해 공감을 이끌어 냈다.

로바스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수학의 획기적 발전, 정부의 확고한 지원 의지, 올림피아드 꿈나무의 약진 등을 한국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미 일본은 1954년 이후 3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IMU 5등급으로의 상향 추진과 필즈상 수상이다. 최근 필즈상 수상자 중 올림피아드 수상자 출신이 더 많아지고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올림피아드를 통해 김연아, 장한나, 페렐만과 같은 수학 분야의 스타를 배출하는 것이다.

김도한 대한수학회장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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