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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여행자 입센作 '페르귄트'/ LG아트센터서 내달 9~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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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여행자 입센作 '페르귄트'/ LG아트센터서 내달 9~16일까지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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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꿈만 좇는 몽상가 '페르귄트'(정해균). 그는 트롤 괴물의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인간의 잣대로는 못생긴 '초록여인'(박소영)에게 아름답다고 접근해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는 담배를 피우며 무리 지어 나타난 '트롤족' 앞에서 "초록여인은 추하다"는 말을 뱉고, "페르의 눈을 뽑으라"는 '트롤왕'(전중용)의 말에 도망치고 만다.

진정한 자아를 찾기가 쉽지 않은 번민과 갈등의 시대. 그 계기를 연극 무대에서 찾는 것은 어떨까. 5월 9일부터 16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페르귄트'는 방랑아 페르귄트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생 여정을 통해 자아의 참모습을 생각케 하는 연극이다.

모국인 노르웨이 민속설화를 모티프로 헨릭 입센이 쓴 동명 희곡(1867)이 원작이며, LG아트센터 주최로 실험극을 주로 선보여 온 극단 여행자가 꾸미는 무대다.

'페르귄트'는 5막 38장으로 구성돼 6~7시간이 소요되는 방대한 분량, 노르웨이부터 이집트, 터키, 모로코를 오가는 잦은 장면 전환 등의 이유로 입센의 또 다른 희곡 '인형의 집'과는 달리 연극으로 자주 실연되지 않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동명 클래식 음악이 더 잘 알려져 있다.

'페르귄트' 공연을 보름 여 앞두고 23일 연습실을 공개한 '극단 여행자'는 넘치는 에너지를 과시했다. 이번 공연은 2시간30분으로 압축됐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동원된 페르귄트의 흥미로운 모험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부잣집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하고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노모 오세와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는 페르귄트는 산 속의 여인들과 초록여인, 트롤족을 만나면서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긴 여정을 그려가게 된다.

'한여름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 희곡의 동양적 해석으로 주목을 받았던 극단 여행자에게 입센의 작품은 이번이 첫 도전.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양정웅씨는 '페르귄트'를 선택한 이유를 "작품이 가진 모험성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 극단과 통하는 면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상징과 환상으로 가득한 '페르귄트'는 무대미술가에게도 큰 도전이 되는 작품이다. 노르웨이라는 지역적 배경을 배제하고 각각의 캐릭터를 강조하게 될 이번 무대는 벽면에는 대형 거울을, 바닥에는 흙을 깐 원세트에서 진행한다.

노르웨이 설화에서 괴물로 등장하는 트롤도 괴물의 리얼리티보다 인간과 외관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 존재로 묘사되며, 페르귄트가 난파하는 배에서 낯선 선객을 만나는 장면은 비행기로 배경을 옮기는 등 현대화한 요소도 많다.

종교와 인간 존재의 고민을 담았다는 점에서 '북유럽의 파우스트'로 불리기도 하는 이 작품은 세계를 방황하며 모험하던 페르귄트가 몰락한 신세가 되어 "인생은 두 번 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며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떠돌이 생활 중 결국 자아를 찾은 페르귄트의 삶을 통해 관객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정해균, 김은희, 강정임, 전중용씨 등 19명의 극단 여행자 배우들이 출연한다. 공연 문의 (02)2005-0114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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