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경춘가도를 달리다니, 정말 오랜만이었다. 봄이 깊어 산도 푸르고 산그림자에 강물빛도 깊어졌다. 유기농 재배 딸기밭 사진을 찍고 일행과 근처 밥집에 들렀다. 평일 점심인데도 음식점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동료가 탄식을 했다. "아, 사는 것처럼 사네요. 저 사람들은." 다른 동료가 웃으며 맞받았다. "다 우리처럼 일하러 온 사람들이겠지."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밥만 먹고 일어서는 우리와 달리 그들은 강물도 보고 커피도 마시며 한가롭기만 했다.
그날 일정은 코엑스의 아쿠아리움에서 끝났다. 그곳도 역시 관람객이 많았다. 필요한 사진만 찍고 돌아서려다 우연히 뒤에 선 커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오빠, 이거 먹어봤어?" 사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녀였다. "이거 국 끓이믄 정말 시원해." 오빠는 수족관을 옮겨다니면서 성심성의껏 여자의 사진을 찍었다. 서울 나들이에 한껏 멋부린 여자는 오빠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어색하게 포즈를 취하며 배시시 웃었다. 얼핏 그녀의 소?퓽?모습이 드러났다.
그 둘이 어떤 사이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일생 중 가장 행복한 한때였다. 그녀의 행복감이 내게로도 전해져 나도 웃고 말았다. 그들이 멀리 사라진 뒤에야 그녀가 시원하다던 고기가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곰치였다. 그녀가 끓여주는 곰치국 맛이 궁금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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