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강하하던 우리나라의 경기 하락세가 일단 멈췄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전분기 대비 –5.1%에 이르던 성장률이 올해 1분기에 소폭의 플러스로 반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수출은 전분기보다 악화해 경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우리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1%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4.3%를 기록, 지난해 4분기(-3.4%)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4분기(-6.0%) 이후 최악이다. 특히 한은이 예상한 1분기 성장률(전기비 0.2%, 작년 동기 대비 -4.2%)보다는 0.1%포인트씩 낮은 것이다.
우리 경제가 전분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6%나 늘리고 조기 집행하면서 분기 대비 성장률이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민간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 소비는 전분기 대비 3.6% 증가해 민간소비(0.4%)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고, 재정 지출이 집중된 건설업도 토목사업을 중심으로 6.1%나 성장했다. 서비스업도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금융보험업의 호조에 힘입어 0.3% 늘었다.
하지만 제조업과 설비투자, 수출 등 경기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실물 부문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세가 여전했다. 제조업의 경우 반도체와 영상음향 통신 등 ITㆍ전자 분야의 증가세에도 불구, 일반기계 및 운수 장비가 크게 부진해 -3.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 효과로 기대를 모았던 수출도 전분기 대비 -3.4%, 작년 동기 대비로는 -14.1%를 기록해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나마 수입 부문의 하락세(전분기 대비 -7.0%, 전년 동기 대비 -18.1%)가 더 커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설비투자도 전분기 대비 -9.6%로 크게 부진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은 경기 하락세가 잠시 멈춘 것일 뿐, 경기가 저점을 찍거나 회복되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분기의 급속한 경기 하강세는 상당히 완화됐지만 여러 지표를 감안할 때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2분기 이후의 수축국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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