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상대로였다. 40일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 장자연 성 상납의혹사건'의 진실은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24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매니저 유장호씨 등 9명을 입건하고, 나머지 조사대상 11명에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조사 대상자 20명의 절반 가까이에 대해 강요와 강제추행 혐의를 밝혀낸 것은 수사의 성과라면 성과다. 그러나 정작 사건의 핵심이자, 국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장씨의 자살 동기와 문건에 언급한 술 접대, 성 상납 강요 여부와 경위는 명쾌히 밝혀내지 못했다. 처벌대상자 역시 과거 유사사건처럼 주로 연예계 관계자들로 국한했다는 인상이 짙다.
애초 진실 규명이 쉽지 않은 사건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경찰의 고백대로 피해사실을 입증할 당사자가 사망했고, 사실 입증의 열쇠를 쥔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씨는 일본으로 도피해 버렸기 때문이다. 명예 훼손의 위험이 높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 언론의 지나친 선정적 보도와 문건을 근거로 한 소문의 확대 재생산, 성 접대와 관련한 수사대상자에 대한 폭로전 등 '간접 외압'이 경찰을 더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맹이 없는 수사, 눈치보기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의혹을 해소하겠다면서 수사대상자의 신원을 밝히겠다고 하고는 몇 시간 만에 번복하는가 하면, 언론계 인사에 대한 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장씨의 전 소속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김씨 소환조치에도 늑장을 부렸다.
경찰은 김씨가 체포될 때까지 수사를 잠시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변'이 없는 한 장자연 사건 수사는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 관심 역시 급격히 식을 것이다. 그렇다고 연예계의 고질적인 비리와 추악한 야합, 반인권적 관행까지 그냥 넘겨버려서는 안 된다. 그것들을 막을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지키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제2, 제3의 장자연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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