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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한국판 터틀그룹' 꿈꾸는 재야 주식고수 강연 650명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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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한국판 터틀그룹' 꿈꾸는 재야 주식고수 강연 650명 북적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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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주식으로 300억원을 넘게 번 '원형지정' 황호철(50)씨가 지난 25일 강원도 속초에서 투자강연회를 열었다. 이른바 재야 고수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오프라인 강연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전국 방방곳곳에서 650여명이 몰렸다. 심지어 미국, 동남아 등에서 온 이도 있었다.

지방에서 열린 재야 투자강연회에 참여할 정도라면, 사실 '아마추어'단계는 지난 투자자들이다. 그냥 동네 증권사 지점에서 여는 강연회랑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투자경력이 꽤 되고 ▦투자금액도 상당하며 ▦무엇보다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이후 엄청난 손실을 입은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최근 증시가 살아나자 '재기'를 모색하게 됐고, 결국 제도권 아닌 재야고수의 '생생한 훈수'를 듣고자 속초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 날 새벽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사업가 J모(48)씨는 4년차 '개미'투자자. 그는 주식투자로만 10억원 안팎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돈을 잃었을 때는 컴퓨터가 돈을 삼킨 것 같을 정도로 마냥 허무하고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면서 "시중에 나온 투자책을 섭렵하고 이것저것 다 해봐도 소용이 없어 결국 책에 나와있지 않은 진짜 알짜배기를 들으러 이 곳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주식을 한 C모(45)씨도 "주식에 손을 대자마자 시장이 폭락하는 바람에 깡통을 찼다"면서도 주식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부동산에 비해 주식은 아무래도 자금회전율이 좋고 최근 장도 상승세라 실전투자비법을 전해듣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현명한 개미'가 될 것을 강조했다. 무작정 기관이나 세력에 늘 끌려 다니지 말고, 나름대로 기술적 분석과 투자방법을 터득해서 과학적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현명한 개미'키우기에 나선 이유는 뭘까. 그는 주식투자가 선천적 능력이나 운이 아닌, 교육을 통한 학습능력으로 보고있다. 이를 통해 주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꾸고 건전한 투자문화도 정착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세력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훌륭한 '트레이더'가 되는 '터틀그룹'(Turtle Group)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준 건 그의 뼈저린 경험 때문. 그는 "보통 일반 투자자들은 소위 뜬다는 종목에 우르르 몰리거나 단시간에 수익을 높이기 위한 단타매매를 주로 한다"며 "나 역시 다른 사람이 추천해주는 종목에 투자했다가 20억원을 한 번에 날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후 그는 1,000여권에 달하는 서적을 독파, 3년 동안 매매수수료만 87억원에 이를 정도로 실전투자연습에 매진했다. 그는 "철저한 차트 분석과 정확한 타이밍,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종목 찍기'가 아닌 '자신만의 주식성공비법을 기를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고 했다. 성공투자로 유명세를 탈 무렵 그에게 주식에 투자할 돈을 달라는 이도 있었다. 그는 "한 때는 10명에게 몇 백만원씩 주면서 도와줬지만 결국 자신만의 눈을 개발하지 못하면 아무리 돈을 쥐어줘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남들이 추천해주는 종목이 아닌 스스로 종목을 개발할 수 있는 차트분석 능력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틀그룹(Turtles Group)이란

주식매매에 대한 능력이 천부적인 감각인지 후천적교육을 통한 학습인지를 놓고 증시에선 오래전부터 논쟁이 있었다. 이에 1984년 미국의 리차드 데니스(Richard Dennis)는 주식 매매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모집, 이들에게 자신의 매매원칙을 교육시킨 후 성공에 이끌었는데 이들을 '터틀(Turtles)그룹'으로 불렀다.

속초=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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