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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재보선은 재보선일 뿐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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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늘 대구를 방문한다. 그가 매년 참석했던 달성군 비슬산 참꽃축제 기념식에 참석하여 점심 한 끼 먹고 돌아올 예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제 가족과 함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찾았다. 가는 길에 함평 나비축제에 들렀다.

박 전 대표가 가는 자신의 지역구 달성군은 경주시에서 자동차로 40~50분 거리다. 김 전 대통령은 KTX를 타고 전남 목포로 갔는데, 열차 안에서 한명숙 민주당 상임고문과 마주쳤다. 29일 전국 5곳에서 국회의원 재선거와 보궐선거가 있는데 그 중에서 경주시와 전주시의 선거양상이 유별나다.

경주시의 경우 '친이(親李)' 아니면 '친박(親朴)'이 당선될 게 뻔하다. 누가 되더라도 일부 운동원을 제외하고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전주시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당선이 당연시되고 있으며, 인근에서 무소속으로 동반 출마한 신건 전 국정원장이 얼마나 선전하느냐 정도가 관심이다.

유권자 무시하는 정파적 '속셈'

경주에서 '친이'가 승리했다고 이명박 정부가 특별한 힘을 더할 것도 아니며, '친박'이 이겼다고 한나라당이 '박근혜 당'이 되지도 않을 터이다. 정 전 장관이 고향동네에서 인기를 다시 확인했다고 제1야당이 지난번 대선 구도로 회귀할 것도 아니다. 경주든 전주든, 결국 국민들의 입장에선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4ㆍ29 재보선 과정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당직자와 간부들이 얼마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계산놀음에 불과하다. 경주와 전주의 전투로는 제대로 계산이 서지 않을 것 같으니 중립지대인 수도권(인천 부평을)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국가가 총력을 쏟으며 회생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GM대우를 국회의원 1명이 완전히 살려낼 수 있다는 듯 허세를 부려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박 전 대표와 김 전 대통령의 움직임을 해석하는 모양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재보선에 임하는 그들의 속셈을 가늠할 수 있다. 여가 야에게, 야가 여에게 하는 정치행위가 아니라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는 끼리끼리의 권력 다툼이다. 한 쪽에서 "박 전 대표가 드디어 선거지역에 내려왔다"고 하니, 다른 쪽에선 "일부러 경주에 오지 않았음을 주목하라"는 식이다.

김 전 대통령이 호남지역을 방문하며 "민주당을 살려야 한다"고 하니, 그 민주당이 '지금의 현실적 민주당'이니 '제대로 된 애초의 민주당'이니 하며 자기들 목소리만 낸다. 같은 당 안에서 이 편은 계속 이 편이고, 저 쪽은 여전히 저 쪽이다. 지역구 유권자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채 당사 안에서만 호들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5곳의 선거 결과에 따라 한바탕 선전ㆍ선동이 나올 테고, 또 상반된 논리를 앞세운 목소리가 당 내에서 난무할 게 분명하다. 국민들의 관심이 이미 사라진 가운데 지역 유권자들의 정서와도 유리된 언쟁과 기싸움이 한동안 계속되다 잠복할 것이다.

29일의 선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든 일을 팽개치고 사활을 걸어야 할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표의 연중행사에, 김 전 대통령의 고향 방문에 정당의 모든 당직자들이 전전긍긍해야 할 정도니 안타깝고 한심하다.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목을 매는 이유가 당과 국민보다 자기 편의 입지를 위해서임을 온 국민이 알고 있기에 더욱 그래 보인다.

여야의 '올인', 지금이 그럴 땐가

국회의원이고 공당의 당직자라면 어렵사리 열린 여의도 4월 국회가 돌아가는 꼴을 한 번쯤 살펴야 한다. 민생법안이나 추경예산안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한미FTA 국회동의안을 둘러싸고 국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국회의원 5명을 새로 뽑는데 당의 지도부가 총출동해 시장바닥을 누빌 때가 아니다. 그들이 몰려와 떠들지 않아도 해당 지역 유권자들은 필요한 만큼 잘 알고 있다. 재선거와 보궐선거는 재선거와 보궐선거일 뿐이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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