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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버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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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버들치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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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은 죽어가면서

밤새 노래부르더니

열린 어항 속에서

버들치로 되살아난다

버들치는 맛이 없다

투명하다

뼈가 들여다 보인다

슬픔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버들치의 영해에

상처난 발 넣었더니

슬픔의 뼈 뚫고 나온

버들치 입

버들치는

상처가 무슨 집인 줄 알고

상처의 문인

딱지를 뗀다

● 거의 투명한 작은 민물고기, 버들치. 일급수에서만 살아 버들치가 나타나면 물이 깨끗하다는 증거라는 이 작은 물고기. 뼈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버들치. '슬픔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이 작은 몸을 가진 자연.

죽어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얼음이 버들치로 되살아나는데 시인은 그 훤한 물고기의 몸을 보면서 '슬픔의 뼈'를 생각한다. 이 '슬픔의 뼈'는 얼마나 여릴까? 개울에서 버들치를 잡던 그 어린 시절의 발목뼈처럼 여리지는 않을까?

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가 지어온 상처의 집, 그 문을 어린 시절, 발목뼈처럼 여린 버들치가 건드린다. 발목에 찬 개울물이 감겨올 때처럼 상쾌하고 아리다. 이 작은 자연이 맛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린 그 여린 슬픔에다 고추장을 풀어 끓여서 훌훌 마셨으리라. 슬픔의 환한 뼈가 맛이 없어서 우리는 오래 그 상처를 들여다 볼 기회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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