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대군'은 허명이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국세청장 인사 청탁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씨가 동생에게 등용을 부탁한 인물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었다.
김 전 청장은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 국세청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가 모두 낙마했지만, 대신 국가보훈처장이 됐다. 검찰은 24일 오전 박정규 전 민정수석 재판에서"노씨가 김 전 청장에 대한 인사청탁을 했다"는 내용만 밝혔을 뿐 어떤 직위에 대한 청탁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검찰 관계자가"노씨 로비는 실패했다"고 덧붙이면서 국세청장 관련 청탁이었음이 명확해졌다.
사실 노씨가 봉하대군이라는 비아냥 섞인 별칭을 얻게 된 이유도 국세청과 관련이 있다. 그는 참여정부 출범 무렵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국세청장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고 이후 이 같은 호칭이 붙었다. 당시에는 해프닝으로 인식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세무공무원 출신인 노씨가 실제 김 전 청장 인사청탁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발언 역시 공개적 인사청탁 아니었느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형의 청탁을 거절한 배경도 관심거리다. 법조계에서는 부당한 청탁을 뿌리친 것이라는 관측과 이미 후임자가 결정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청장 대신 선택했던 이주성,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모두 '검은 돈'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김 전 청장 역시 '박연차 구명 대책회의' 참석 등 의혹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놓여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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