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미국을 향해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5일)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 재판 회부 발표'(24일) '시험원자력발전소의 폐연료봉 재처리 천명'(25일) 등이다. 마구 패며 사랑하자고 하는 전형적 북한식 대화법이고 생존법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5일 기자 문답 형식으로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이 시작됐다"며 "이는 적대 세력들의 가중된 군사 위협에 대처해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4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의장성명이 채택된 직후 6자회담 파기를 선언하면서 "폐연료봉을 깨끗이 재처리하겠다"(외무성 성명)고 경고했었고, 25일 안보리 산하 제재위가 제재 기업 리스트를 선정하자 경고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폐연료봉 재처리는 핵무기의 원료인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북한이 보유한 5㎿급 원자로의 사용 후 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하면 플루토늄 5~7㎏를 얻을 수 있다. 핵폭탄 한 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북한 '핵 시위'의 목표는 미국의 관심을 끌어 북미 직접 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26일 "미국이 최근 북한을 무시하는 듯 하자 다양한 카드를 꺼내 '빨리 회담 하자' '대북특사 빨리 보내라'고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뒤 반전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 1718호를 채택하자 같은 해 10월 핵실험을 감행한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 복구ㆍ재가동_폐연료봉 재처리_플루토늄 추출' 단계를 완료하기 까지는 3개월~1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정책기술연구원의 이춘근 연구위원은 "그간 방사능 오염 위험 때문에 재처리시설 불능화 작업의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아 재처리시설 복구는 한 달 정도면 끝날 것 같다"며 "이후 재처리 작업은 3개월 정도면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미국 주도의 유엔 제재와 북한의 위협이 '행동 대 행동'으로 맞서는 형국"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반응을 보면서 폐연료봉 재처리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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