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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인사동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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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인사동 스캔들'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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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집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 도입부에 나오는,귀에 익은 대사다. 전문 도박꾼들의 세계를 다뤘던 영화 '타짜'를 본 관객들이라면 '공사'(사기 계획 수립과 실행)라는 단어만으로도 이 영화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동 스캔들'은 미술계를 배경으로 등장 인물들이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을 세묘한 범죄물이다. 조선 전기의 궁중화가 안견의 전설적인 그림 '벽안도'를 둘러싼 미술계의 큰 손 배태진(엄정화)과 천재적인 그림 복원가이자 복제기술자인 이강준(김래원)의 대결이 영화의 주요 동력이다.

영화는 음모와 배신이 뒤엉켜 전진하며 막판 반전까지 지니고 있다. 범죄물로서 이야기의 기본 요소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의 미덕은 서사에 있지 않다. '발단-전개-절정-결말'로 이어져야 할 이야기가 '발단-전개-전개-결말'로 흐른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는 상영시간 109분 속에서 차고 넘친다. '공사'에 대한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관객들은 결말까지의 세세한 설명보다 날렵하고 명쾌한 절정의 쾌감을 원한다.

이강준이라는 선과 배태진이라는 악의 강렬한 콘트라스트도 범죄물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이강준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배태진이 안쓰러울 정도다.

3년간 미술계 밑바닥까지 훑은 듯한 땀내 나는 사실성이 이 영화의 강점. 단돈 8,000원짜리 도자기가 몇 십 만원대 골동품으로 둔갑하고, '떼쟁이'(그림 전문 복사꾼)들이 양산해낸 그림들이 명작으로 유통되는 세태 묘사는 흥미롭다.

불황기에 37억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제작비로 빚어낸 매끄러운 화면도 서사의 빈자리를 채운다. 박희곤 감독의 데뷔작이다.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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