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마약을 직접 들여와 강남 일대 클럽 등에서 '환각파티'를 벌인 연예인들이 적발됐다. 그동안 연예인 마약 투약 사건이 적지 않았지만, 연예인이 마약을 직접 밀반입해 공급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적발된 연예인 3명 중엔 톱 탤런트 겸 영화배우 주지훈(27)씨가 포함된 데다, 다른 유명 연예인 3, 4명도 수사 대상에 올라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6일 마약을 밀반입해 투약한 혐의로 영화배우 윤설희(28)씨와 모델 예학영(2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윤씨가 들여온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주지훈씨와 유흥업소 종사자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영화 '색즉시공' '타짜' 등에서 조연급으로 출연했던 윤씨는 2007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억여원의 자금으로 14차례에 걸쳐 일본에서 엑스터시 280여정(1회 투약분 1~2정)과 케타민 280여g(1회 투약분 1g)을 구입해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예씨 등 5~6명으로부터 구입자금을 송금 받은 뒤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며 현지 지인을 통해 마약을 구입해 속옷에 몰래 숨겨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패션모델 겸 탤런트인 예씨는 윤씨에게 320여만원을 주고 수십 차례에 걸쳐 마약을 제공 받았고, 윤씨와 함께 일본에서 직접 마약을 구입하기도 했다. 윤씨와 예씨는 이렇게 들여온 마약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연예인,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공급하며 서울 성동구의 예씨 집이나 강남구 청담동과 역삼동의 클럽 등에서 '환각 파티'를 벌였다.
같은 모델 출신으로 예씨와 절친한 주씨도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예씨 집에서 엑스터시를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씨는 2006년 드라마 '궁'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뒤 드라마 '마왕',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의 주연을 잇따라 맡아 인기를 누리고 있는 톱스타다.
경찰 관계자는 "젊은 연예인들이 신분노출을 우려해 마약 공급책을 거치지 않고, 아예 자기네들끼리 돈을 모아 일본으로 원정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클럽에서는 주로 엑스터시를 투약했고, 가루 형태의 동물용 마취제로 각성 효과가 강한 케타민은 주로 예씨 집에서 흡입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엑스터시를 먹고 환각에 빠지면 심장 박동과 박자가 비슷한 '트랜스 음악'에 심취할 수 있다는 게 투약자들의 진술"이라며 "이들은 많을 땐 하루에 클럽 서너 곳을 옮겨다니며 엑스터시를 투약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 등에게서 마약을 제공 받은 연예인이 3~4명 더 있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평소 예씨와 주씨 등과 어울려 다닌 비슷한 또래의 연예인들이 대거 연루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달 초 마약 투약 혐의로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남성 접대부 10여명을 입건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씨와 예씨가 공급책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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