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다. '미래사회의 전망과 이에 기초한 인구, 환경, 교육, 에너지, 식량, 우주개발 등 미래 생활과 관련된 총체적 국가 비전 및 전략 수립'이 위원회 규정에 명시된 활동 범위다. 그러나 어제 언론에 보도된 곽승준 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자신을 정책 수립ㆍ집행 권한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곽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방과후 학교의 과감한 영리기관 위탁 운영 등을 통해 사교육을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또 외국어고를 포함, 입시제도를 과감히 손보겠다고 밝혔다. "처절하게 하겠다", 심지어 "내가 전사(戰死)해도 좋다"는 말도 했다. 이쯤 되면 '미래기획위는 대통령의 자문에 응한다'는 규정에서 벗어난 월권적 발언이다.
장관급 위원장이 정부 정책에 관해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 방과후 학교 문제만 해도 곽 위원장의 발언은 방과후 학교 운영을 통째 외부 학원에 맡기는 것을 염두에 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13일 국회에서 "방과후 학교를 업체와 계약해서 맡기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터다. 무엇이 정부 입장인지 헷갈린다.
방과후 학교를 본격적으로 국어ㆍ영어ㆍ수학 등 교과목 위주로 운영하면 학교의 학원화 현상이 심해져 공교육이 위협 받게 된다. 사교육 억제와 공교육 살리기를 위해서라지만, 인성ㆍ특기ㆍ적성 교육은 외면한 채 학생들을 성적ㆍ입시 경쟁의 지옥으로 내모는 것이 과연 참된 공교육 살리기일까.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역시 음성적 고액 개인교습 확산, 계층간 사교육 양극화 등 부작용을 세심하게 살펴가며 결정할 사안이다. 입시에 관한 말만 나오면 전 국민이 깜짝 놀라는 현실에서 입시제도를 과감히 손보겠다는 말은 불안만 가중시킨다. 의욕적 업무 추진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법 테두리 내에서다. 곽 위원장은 대통령에 대한 정책 자문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그렇지 않을 때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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