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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 전국 투어·새앨범 '소리 위…' 출반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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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 전국 투어·새앨범 '소리 위…' 출반 이은미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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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은미(43)는 공연 무대에서 흥이 오를라 치면 신을 벗고 노래하기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닮은 그의 이런 모습에 '맨발의 디바'라는 별칭을 붙여서 사랑해왔다.

그가 '신촌 블루스'의 객원 싱어로 가요계에 데뷔하고 '기억 속으로', '어떤 그리움' 등으로 느리지만 꾸준한 인기를 쌓은 지 올해로 20년이다. 미니앨범 '소리 위를 걷다'를 내고 20년 기념투어에 들어간 이은미를 만났다.

"뒤늦게 엄청난 인기를 누렸죠. 드라마 영향도 있고 최진실씨 홈페이지를 마지막으로 장식했던 노래여서 팬들의 뇌리에 오래 남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곡을 만든 윤일상과도 얘기해요. '애인 있어요'는 정말 효자 같은 노래라고요."

이은미에게 지난해는 20년 음악생활 중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고 최진실의 마지막 작품인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통해 2005년 6집 앨범의 '애인 있어요'가 늦은 인기몰이를 하며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2008년 한 해 동안 노래방에서 무려 195만 회나 불려 최고 인기가요의 반열에 오를 정도였다. 30대 이상이 주류였던 그의 팬층이 10대로까지 번진 것은 물론이다.

"이 노래를 1집으로 알고 저를 신인가수로 생각하는 젊은 팬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죠. 난생처음 꼬마들이 제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도 보고요. 아시다시피 제 노래가 10대 풍은 아니잖아요.

'애인 있어요'도 오랜 짝사랑을 겪어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고 대체로 슬픈 멜로디니까요. 그런데 10대들이 이 감성에 동조하더라고요. 아, 이런 게 음악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앨범 '소리 위를 걷다'도 '애인 있어요'의 감성을 따랐다. 슬프면서 애절한 다섯곡의 가사가 이은미의 살짝 사포에 묻은 듯한 목소리에 여전히 잘 어울린다.

"20년 동안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팬이죠. 그들에게 바치는 감사의 선물이 이 앨범이기에 가장 좋아해 줄 음악으로 꾸몄어요. 제 욕심은 일단 접었고요. '애인 있어요'의 윤일상과 다시 만나 타이틀곡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죠."

새 앨범은 커버부터 거친 아날로그의 질감이 느껴진다. 화장을 지우는 맨 얼굴의 이은미가 모공을 드러낸 채 눈을 비빈다. CD의 속지는 손 글씨로 채워졌고, 물론 녹음된 사운드도 디지털의 요소가 최대한 배제되어 있다.

"원래 제가 느릿느릿하고 청개구리 같으면서 아날로그적인 삶을 좋아해요. 리메이크 앨범 '12송즈'는 연주자 모두와 한꺼번에 녹음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고 심지어 레코드판도 만들려고 했을 정도죠. 맨 얼굴을 찍은 커버는 제 생각이었어요. 팬 앞에 솔직하게 서는 모습을 드러낸 사진이에요. 무대에서 내려와 분장을 지우는 기분, 그 느낌을 드리고 싶었어요."

슬픈 노래에 정확하게 주파수가 맞는 그의 음색을 사람들은 사랑했지만 한 때 이게 족쇄란 생각도 했단다. 오랫동안 무대에 서면서 굳어진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고 이은미는 말한다.

"슬픈 곡에 어울린다는 게 화난 적도 있었어요. 가수는 노래를 따라간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획일화 되어 가는 게 두려웠고요. 하지만 그 음색이 제 장점이고 다행히 사랑 받는 음악을 만들어 이젠 만족해요."

인터뷰 중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여러 번 드러냈다. 신을 벗고 노래를 할 때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한 듯 황홀경을 느낀 적이 있었고, 이게 바로 음악을 하면서 맛보는 '자유로운 영혼'의 해방감이라고 말했다.

"주변이 진공상태가 되는 느낌, 시공간이 멈추고 내가 서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든 적이 있어요. 지금까지 딱 네 번 그랬어요. 빵 하고 터지는 기분. 관객도 저랑 같은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 기분을 느끼려고 계속 무대에 서는 것 아닐까요."

이은미는 부산을 시작으로 이미 20년 기념 투어에 들어갔다. 지방을 돌다가 서울에선 6월에 무대에 선다. "암벽타기를 배우려고 장비도 사 놓았는데 공연준비로 바빠서 두 달 동안 산에도 못 갔네요. 무대요? 예전보다 더 치열해졌어요. 너무 많은 걸 알게 되어 점점 두렵죠. 더 어려워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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