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평양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북한이 21일 개성공단 남북 접촉에서 공단의 특혜 전면 재검토를 통보한 이후 북한의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와 북한 전문가 사이에서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일련의 수순을 밟아가는 북한의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한 해 정책기조를 밝히는 신년 공동사설에서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어 2월부터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를 하고,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렀으며, 4월 들어 로켓을 발사한 뒤 첫 대의원 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해 로켓 발사로 존재를 과시했고,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위원 인선을 통해 내부 조직도 정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16일 남측에 접촉을 제의했고 21일 접촉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꺼냄으로써 대남 공세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현재 상황은 일단 다급해 보인다. 2012년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0세가 된다. 그 전에 후계구도도 정비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이후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은 주지의 사실이 됐다. 경제상황도 최악은 아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기대했던 북미대화에선 좀처럼 미국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 극복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급한 불을 끄느라 바쁘고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지 않아 북한에 선물을 주기 힘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인민들에게 2012년까지는 무언가 될 것처럼 선전했는데 올해 안에 미국 남한과의 관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체 해결을 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자력갱생이 쉽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 북한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고,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쪽에 눈을 돌렸다. 재처리시설 가동을 준비하는 데 수개월이 필요한 만큼 그 동안 남쪽도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를 꺼낸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전반을 바꿔보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이라며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북과 남의 화합과 대결, 통일과 분열을 가르는 시금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접촉에서도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은 6ㆍ15 선언의 상징인데 남측이 선언을 부정하기 때문에 사업을 재검토하게 됐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개성공단을 유지하려면 남측이 전반적인 대북정책부터 점검하라'는 이야기였다.
현대아산 직원 억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개성공단 폐쇄도 막아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과의 협의에서 우리는 북측의 차단조치 재발방지와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고, 북한이 비료ㆍ식량지원 등을 꺼내면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을 보장하라고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최상의 경우 자연스레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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