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이 6월에 휴가 나온다고 그 날만 기다리던 아내였는데 불쌍해서 어떡해요."
2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대한병원 장례식장. 전날 밤 수유동 4ㆍ19탑 삼거리 근처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관광버스에 승용차가 깔리는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냐"며 넋을 잃었다. 일부 유족은 신원조차 확인이 힘들 정도로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하다는 말에 서로 부둥켜 안고 오열하다 끝내 쓰러지기도 했다.
아반떼XD 승용차에 타고 있다 희생된 7명은 20년 전부터 친목모임을 가져온 40~50대 초ㆍ중학교 교육공무원들로 계모임차 저녁 식사를 함께 한 뒤 인근 찻집으로 이동하던 중 변을 당했다. 고 이묘숙(45)씨의 동생 윤식(42)씨는 "큰 누나는 결혼도 안 한 채 동생 셋과 부모님 뒷바라지를 도맡아 했다"며 울먹였다.
고 곽향숙(45)씨의 조카 김남훈(27)씨는 "학교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대단한 분이셨고 언제나 바르게 살라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통곡을 멈추지 않던 고 전수애(49)씨의 남편 강신규(56)씨는 "군대에 간 막내아들과 두 달 전 시집간 딸이 충격 받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고를 내고도 침묵으로 일관한 A관광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고 김은경씨의 유족은 "차량 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운행하는 버스회사가 어딨느냐. 사고를 낸 관광버스회사가 나서서 경위를 설명하고 신속히 사후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조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는 사고 원인을 정비 불량으로 인한 브레이크 고장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사고를 낸 A관광 버스 운전자 이모(59)씨는 경찰조사에서 "브레이크 이상을 알리는 경고음이 '삐삐'하고 세차례 울렸지만 조심스럽게 운행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가 브레이크 이상을 알고도 무리하게 차량을 운행했다고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장재용기자
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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