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스위스 로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뒤 미국 ABT발레단의 세컨드 컴퍼니인 ABT 스튜디오 컴퍼니(통칭 ABT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온 발레리나 박세은(20ㆍ사진)씨가 내달 국립발레단에 입단한다.
로잔 콩쿠르는 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진이 1985년 동양인 최초로 그랑프리를 차지한 대회다. 박씨는 이 콩쿠르에 앞서 2006년 USA 발레콩쿠르(일명 '잭슨 콩쿠르')에서도 금상 없는 은상을 차지해 일찌감치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립발레단 입단을 결정하기 전에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오디션에도 140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지만, 한국행을 선택했다.
"한국 사람이 한국 무대에 서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님의 제의를 받고 고민할 것도 없이 한국을 선택했어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는 오디션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국립발레단 무대에 서는 건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고 엄청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죠."
초등학교 3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박씨에게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은 고마운 스승이다. "국립발레단 문화학교를 다니던 초등학교 4학년 때 문화학교 시험에서 다른 친구들은 다 올라가고 저 혼자만 유급을 했는데, 단장님은 저를 떨어뜨리지 않고 낮은 반에 넣어주시면서 천천히 가도 늦지 않다고 용기와 희망을 주셨죠. 얼마나 큰 위안이 됐는지 몰라요."
스승의 격려 덕분에 그는 중학교 2학년 이후 실력이 급성장해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이 대회 사상 최연소(당시 고1)로 금상을 차지했다.
ABTⅡ에서 활동한 것은 로잔 콩쿠르가 우승자에게 세계 유명 발레단에서 1년간 연수 기회를 주는 데 따른 것으로, 연수 기간 1년이 지나고도 계속 머문 것은 ABT가 요청했기 때문이다.
ABT 예술감독 케빈 멕켄지는 박씨에 대해 "재능이 많고 특별한 댄서이다. 춤이 아주 신선하고 어둠 속의 빛 같은 존재"라고 칭찬했다. ABTⅡ 예술감독 웨스 채프먼도 "내가 무척 아끼는 무용수다. 한국에 돌아가도 ABTⅡ의 8월 스페인 공연에 꼭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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