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대전 서구 갈마동 지하철 갈마역 인근의 한 건물 1층. 밖에서는 '행복나눔 무지개 푸드마켓'이란 간판을 내거는 작업이 한창이고, 안에서는 사회복지사들이 115㎡(35평)의 공간에 물품을 진열하느라 바쁘다.
언뜻 보면 편의점 같은데 물품이 쌀과 고추장, 김치, 통조림, 식용유, 과자 등 온통 먹거리들이다. 또 가격표 대신 '0.5품목' '2품목' 등 엉뚱한 표시가 붙어있다.
이곳은 정부가 경제난 속에서 결식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 설립키로 한 푸드마켓 1호점이다. 대전 동구 대동의 2호점과 함께 24일 문을 연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점포당 1억8,000만원을, 대전시가 4,500만원을 투자했다.
푸드마켓은 빈곤층이 식품을 무료로 살 수 있는 일종의 식품 기부 시설이다. 수혜자로 선정되면 한 달에 1회 푸드마켓을 이용할 수 있으며 1인당 5품목 어치를 무료로 구입할 수 있다.
'품목'은 푸드마켓의 가격단위로 0.5품목이 2,000원, 1품목은 4,000원 상당이다. 즉 한 사람이 매월 2만원 어치의 물품을 가져갈 수 있다.
대전 1호점과 2호점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동사무소의 추천을 받아 독거노인과 3급 이상 장애인 등 각각 1,000명에게 회원권을 발급, 이용자격을 주기로 했다. 향후 식품 기부가 증가하면 회원수와 1인당 품목 한도를 늘릴 계획이다.
가정으로 식품을 배달해주는 현행 '푸드뱅크'는 수혜자가 물품을 선택할 수 없는데 비해 푸드마켓은 선택권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다. 조손가정의 어린이나 소년소녀가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푸드마켓은 현재 서울시와 구가 25곳을 설치, 운영 중이며 지방에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국비를 지원, 서울을 제외한 15개 광역시ㆍ도에 푸드마켓 45곳을 신설할 계획이다.
1호점 김문규 점장(대전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중단되지 않고, 민간의 식품 기부가 확산돼 푸드마켓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규상 대전시 복지정책과장은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에 '1+1 식품기부함'을 설치, 두 개를 구입해 하나는 기부하는 쇼핑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품 기부는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479억원 규모에 달했다. 기부자는 식품도소매업자의 비율이 23.9%로 가장 높았다. 또 기부 식품을 지원 받는 수혜자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하루 평균 13만여명에 달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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