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어느 도시의 주민들이 가장 불행할까? 뉴욕? 도쿄? 서울?
내가 생각하는 가장 불행한 주민은 서울시민이다. 왜냐고? 묻는다는 것 자체가 짜증스럽다. 탁한 공기 마시며 밤낮으로 일해서 납부한 세금 중 10%만 남겨두고 국가가 다 가져 간다. 이것만이 아니다. 서울의 위성도시 주민들이 매일 출근해서 오물을 배출해 놓고 집에 가고, 그 다음 날 또다시 출근해서 치우지도 않고 그냥 간다. 누가 이걸 다 치우는가? 바로 서울 시민이다. 최소한 쓰레기 치우는 값이라도 주고 가라는 것이 과거의 지방 양여세 제도였는데 이것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빈 땅에 집 짓기는 수월하지만, 이미 있는 판자촌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은 무척 힘들다. 서울시는 이제 쓰러져 가는 고목이다. 지금 손대지 않으면 뿌리째 썩어 영원히 회생할 수 없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주민들은 엄청 좋아졌다. 주민편의 시책의 90% 이상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많은 국가 사무가 지방에 이양되었다. 일은 지방에서 다하는데 번 것은 국가가 다 가져가고 유독 재정만은 하나도 이양되지 않았다.
이제 나누어 먹고 살자. 각자 뿌린 만큼 거두어 먹고 살자. 그래도 안 되면 도와주자. 이게 바로 지방자치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대폭 강화되었음에도 이에 걸 맞는 세원이양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국가와 지방간 세입규모는 8대 2의 비율로 일본의 6대 4, 미국ㆍ독일의 5대 5 등에 비하면 지방세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실정이다.
그러나 재원의 사용은 국가와 지방이 4대 6의 비율로 오히려 지방이 국가보다 많은 재원을 사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부족한 재원은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기업을 유치해도 그로 인한 세수는 대부분 국고로 귀속된다.
예를 들어 보자. 서울시가 상암 DMC 개발을 위해 약 4,200억원을 투자하면 15조 8,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지방세수는 6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국가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으로 서울시 세수의 3.7배인 2,200억원의 세수입을 거두어 간다. 바로 이것이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국가가 빼앗아 가는 단적인 사례이다.
정부는 학계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장하는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도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부처간 이기주의나 힘의 논리로 지방자치의 발전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특히 40여년 전에 지방세로 존재하던 소비세를 다시 지방으로 돌려주고 국세에 종속된 주민세를 독립시켜 지방소득세로 전환해야 한다. 이럴 경우 재산과세에 편중된 지방세의 세수신장성이 개선되고 주민들이 누린 만큼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응익과세의 원칙에도 걸 맞는다. 또 지역경제와의 연계성도 뚜렷이 나타난다.
지방세제 개편은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개편이어야 한다. 조세개혁때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 시민들로부터 조세저항에 직면했던 영국의 Rate(부동산세)제도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프로포지션 13(재산세제 개편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때다.
유상호 서울시 세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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