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에서 동반자살한 A(21)씨의 인터넷 쪽지함에 저장돼 있던 쪽지가 동반자살 상대를 찾던 여중생의 생명을 구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A씨가 사용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계정의 쪽지함을 수사하던 중 인천의 중학교 2학년 박모(15)양이 함께 자살할 사람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고 관할 경찰서를 통해 박양이 자살을 포기하도록 설득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양은 인터넷에서 동반자살할 사람을 찾는다는 A씨 글을 보고 A씨에게 휴대폰 번호와 함께 '문자주세요. 꼭 일요일에만 가능하신 건가요?'라는 쪽지를 보냈다. 그러나 쪽지를 보낸 시각은 A씨가 숨진 뒤인 20일 오후 11시59분께였다.
경찰은 A씨는 여자친구 B(21)씨의 인터넷 계정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 B씨의 도움을 받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A씨가 주고 받은 쪽지와 메일을 조사하던 중 박양이 보낸 쪽지를 발견했다.
경찰은 박양이 남긴 휴대폰 번호를 통해 인적사항과 주소를 알아내고 24일 인천의 관할 경찰서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인천 경찰은 아버지와 함께 편부모자녀 복지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박양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고, "살고 싶지 않다"며 버티던 박양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데 성공했다.
부산 서부서 관계자는 "죽은 A씨가 여중생의 목숨을 구한 셈"이라며 "박양 외에 A씨에게 함께 죽고 싶다는 쪽지를 보낸 사람들에 대해서도 설득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 19일 오후 1시30분께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만난 C(26)씨와 함께 연탄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결과 C씨는 지난 15일 강원 횡성의 한 펜션에서 동반자살한 4명이 가입한 자살카페의 회원이었으며, A씨의 메일함에도 해당 자살카페의 초청 메일이 저장돼 있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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