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개나리, 목련... 봄바람을 타고 색색의 봄꽃이 흩날린다. 한 해 중에서 연초록의 새싹과 봄꽃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바로 이맘때다.
시인 두보는 '꽃잎이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어든다(一片花飛減却春)'며 떨어지는 꽃잎을 아쉬워했지만, 꽃이 떨어지면 대신 그 자리마다 연초록 잎과 새로운 가지가 촉을 틔운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이런 싹들이 나오는 데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줄기가 위로 자라면서 아래에 새 가지가 자리잡는데, 일정한 나사 배열을 따라 자라난다.
예를 들어 참피나무는 두 순이 마주보고 나오고, 너도밤나무는 120도씩 돌면서 한 바퀴 안에 3개가 자란다. 사과나 살구나무는 두 바퀴 도는 동안 5개의 순이, 배와 버드나무는 세 바퀴 도는 동안 8개의 가지가 자란다. 규칙을 가진 것은 나뭇가지만이 아니다. 꽃잎, 솔방울, 해바라기, 파인애플 같은 것도 나름의 질서를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식물의 가지나 꽃잎들이 나사모양으로 돌면서 자라는 이유는 햇볕과 비, 공기에 스스로 잘 노출되기 위해서다. 바로 위에 잎이나 가지가 있으면 그늘이 지거나 공기 순환이 잘 안되기 때문에, 식물 스스로 최적의 방식으로 잎과 가지의 모양과 배열을 선택해 진화한 결과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장미꽃을 보면 이런 식물의 과학적 규칙은 더 재미있다. 위에서 보면 꽃잎이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한 송이를 이루는데, 꽃잎마다 평균 137.5도의 각을 이루면서 탐스러운 꽃송이를 완성한다.
137.5도에 수학적 질서가 담겨 있다. 한 바퀴 360도를 특별한 상수(1.618)가 들어간 함수로 나눈 각도인데, 여기에 피보나치 수열이 숨어 있다. 피보나치 수열은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으로, 앞자리 두 수의 합이 다음 값인 규칙을 갖고 무한히 계속된다.
이 수열에서 앞자리와 뒷자리 수의 비율은 1.6180…에 빠르게 수렴한다. 예를 들어 377을 233으로 나눈 값은 1.618026이다. 이 상수가 흔히 황금비율로 알려진 파이(그리스 말로 phi)이다. 황금비율이란 기원전 300년 께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 유클리드가 제안한 것으로 가장 아름답고 안정된 값이라는 뜻으로 고대부터 각종 건축물과 미술품에 적용되어 오고 있다.
장미꽃이나 해바라기의 씨방이 황금각도로 배열된 것은 1984년 프랑스의 수학자 리비에르가 처음 설명했다. 잘 여문 해바라기에는 씨방들이 나선으로 밀집되어 있는데, 모양은 같되 크기가 다른 씨방들이 어느 곳에서 봐도 똑같은 형상을 갖기 위한 조건을 수학으로 푼 것이다. 자연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 일정한 수학의 규칙에 따르고 있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수학은 이렇게 자연 속에 담겨 있고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 단순히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아름답고 편안하게 느끼게 하는 미학의 범주에도 속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공부하는 수학만을 가르치고 있다. 자연 속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고 흥미로운 내용들을 너무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히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는 이과에서 의예과 다음으로 수학과의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다른 학교에서도 나타난 현상으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 경제 환경에서 수학의 효용이 더 커지고 그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달을 보내며 우리 수학의 오늘과 미래를 생각해 본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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