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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표사유피 인사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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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표사유피 인사유명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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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인 미셸 투르니에와 그의 어머니의 대화를 읽다가 웃음이 난 적 있다. 교황이 연설 중에 미셸 투르니에의 이름을 언급하자 미셸 투르니에가 으쓱댄다. "것 보세요. 제가 저 정도로 유명하다구요." 어머니는 코웃음을 친다. "교황은 분명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라고 했어. 그냥 미셸 투르니에라고는 하지 않았다구." 모든 사람이 알 만큼 유명했다면 이름 앞에 소설가라는 사족을 달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었다.

종종 시댁이 있는 안동에 갈 때면 죄스러워진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안동 민속촌을 산책할 때였다. 어머니가 불현듯 옆의 관광객에게 "저기 소설가 하성란이라꼬 와 있니더"라고 했다. 관광객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오일장이 열려 참마를 사러 나갔을 때였다. 장을 보는 일은 어머니가 아는 이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느라 늦어졌다. 겨우겨우 참마를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분은 어머니의 고향 사람이었다. 수없이 참마를 캔 손이 나무등걸 같았다. 어머니보다도 열 살은 더 들어보여 계산이나 제대로 할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니나다를까 어머니는 그분에게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했다. 할머니는 놀라는 척, 부러운 척, 고개를 끄덕이면서 참마 하나를 덤으로 더 주었다. 며칠 있으면 안동에 가야 한다. 또 죄스러워져야 한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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