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최철한이 4년전 패배의 아픔을 씻고 드디어 세계 최고 상금이 걸린 응씨배를 품에 안았다. 최철한은 23일 대만 화롄시 메이튄호텔에서벌어진 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4국에서 이창호를 불계로 물리치고 종합 전적 3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컵과 상금 40만 달러(약 5억4,000만원)을 받게 될 시상식은 25일 저녁에 열린다.
최철한이 메이저급 세계 대회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자신의 통산 타이틀 획득수를 9개(국제 2개, 국내 7개)로 늘렸다. 최철한의 이번 응씨배 우승은 재수 끝의 영광이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는 1989년 제1회 대회에서 조훈현이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4회까지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가 번갈아 가며 정상을 지켰지만 2005년 제5회 대회 결승전에서 최철한이 중국의 창하오에 패함으로써 한국의 연승 신화가 깨지고 개인적으로도 생애 첫 세계타이틀 획득 기회를 놓쳤다.
그 때의 아픔은 무척 심했다. 당대 일인자였던 이창호를 연거푸 쓰러뜨리고 국수 기성을 손에 넣으며 천하를 호령할 것 같았던 최철한의 기세도 그 즈음부터 갑자기 하향세로 돌아섰다.
이후 3년여 동안 긴 슬럼프가 계속됐다. 한때 1위까지 올랐던 국내 랭킹은 슬금슬금 10위권 중반까지 주저 앉았다. 타이틀전은 커녕 웬만한 기전 본선 무대에서도 좀처럼 최철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 자격으로 본선 16강전부터 출전한 제6회 응씨배서 구리 파오원야오 류싱 등 중국 강자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결승에 올랐고 국내에서도 연승 행진을 지속, 지난해 승률왕에 올랐다.
그 때부터 오로지 응씨배 결승전을 목표로 매진해 온 최철한은 올초에 벌어진 박영훈과의 맥심커피배 결승전서 우승하면서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결국 최철한은 이번 승리로 이창호와의 상대 전적에서 23승22패로 한 발 앞서 나가면서 그동안 이창호와 맞대결 한 일곱 번의 타이틀 매치에서 무려 다섯 차례나 우승(47, 48기 국수전, 15기 기성전, 10기 GS칼텍서배, 제6회 응씨배), '이창호 킬러'로서의 명성을 이어 나갔다.
최철한은 올 들어 현재까지 16승5패로 이세돌(15승) 김지석(14승)을 제치고 다승 1위로 올라섰다. 이런 추세라면 금방 랭킹 상위권으로 올라서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될 것 같다.
반면 지난 제4회 우승에 이어 응씨배 사상 최초의 2회 우승을 노렸던 이창호는 끝내 '천적' 최철한에게 발목을 잡혔다. 특히 앞서 결승 2국에서도 유리한 바둑을 역전패하더니 이번 4국에서도 막판에 어이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자멸했으니 패배의 아픔이 무척 오래갈 것 같다.
이로써 이창호는 지난 2005년3월 춘란배 우승 이후 4년째 무관을 이어갔다. 그동안 마이너 기전인 중환배서 한 번 우승했을 뿐 벌써 준우승만 여섯 번째다. 이러다가 '준우승 전문'이 될까 걱정이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창하오와의 춘란배 결승전도 안심할 수 없다. 더욱이 이창호는 지난 달 열린 제1회 비씨카드배 16강전에서 중국의 신예 파오원야오에게 패해 탈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적도 8승7패(승률 53%)로 우선 대국수 자체가 부족한데다 다승 27위, 승률은 50위권에도 못 미친다. 그러다 보니 4월 랭킹이 생애 처음으로 3위로 떨어졌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더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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