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영화 '괴물'로 처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고, 2007년 '밀양', 지난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올해 박찬욱 감독의 '박쥐'로 다시 칸에 입성한다. 잇달아 네번째다. 세계적인 유명 배우들에게도 매우 드문 일이다.
송강호는 그러나 "기분이 좋다"면서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남우주연상에 대한 욕심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 영화가 칸에서 감독상, 심사위원대상, 여우주연상은 받았으니 이번엔 더 큰 상(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만 비쳤다.
그는 '박쥐'에서 수혈 잘못으로 흡혈귀가 된 뒤 친구의 아내인 태주(김옥빈)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신부 상현 역을 맡았다. 상현을 통해 인간의 원죄와 구원, 사랑의 본질을 묻는 영화 '박쥐'는 흡혈귀라는 낯선 소재와 피가 흥건한 화면 때문에 개봉(30일)을 앞두고 벌써 논란이다. 송강호가 성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연기한 것도 뜨거운 화제다. 26일 그와 인터뷰했다.
- '박쥐' 출연 제의는 언제 받았나.
"1999년 박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는 도중 제의를 받았다. 시나리오가 너무나 도발적이고 창의적이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과연 한국에서 제작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박 감독은 10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지금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다."
- 10년 전 출연 제의를 받은 영화의 완성을 보게 된 느낌은.
"어느 영화보다 남다르게 다가온다. 박 감독 영화세계의 진정한 출발점이라 할 '복수는 나의 것'도 '박쥐'와 함께 출연 제의를 받고 연기했다. 박 감독의 지난 10년 동안의 작품세계를 총집한시킨 '박쥐'의 마침표까지 보게 됐으니, 배우로서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 연기 생활 처음으로 베드신도 찍었고 성기까지 노출했다.
"여자 배우든 남자 배우든 옷을 벗고 카메라 앞에 서기는 쉽지 않다. 배우도 사람이지 않나. 무척 힘들고 긴장됐다. 특히 주요 부분 노출 장면은 고심을 많이 했다. 박 감독과 상의 끝에 정말 주제를 정확하고 예술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성기) 노출을 선택했다. 나이나 배우로서의 내 이미지에 대한 부담을 넘어 최적의 표현을 위해 결정한 것이다."
- 노출 장면 찍을 때 NG는.
"한 번 정도 NG가 났다. 카메라 초점이 잘 맞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금방 찍었다. 그런 장면 오래 찍을 필요는 없지 않나."
- 종교는 있나. 영화 속 상현처럼 죄와 구원의 딜레마에 빠진 적은.
"믿는 종교는 없다. 그러나 종교인의 신앙심에 대해선 경외감을 지니고 있다. 영화 '밀양'도 신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다. '구원의 손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란 측면에서 보면 '박쥐'도 '밀양'과 동일선상에 있다. 이창동 감독의 묘사와 박 감독 영화세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두 영화 모두 공통적으로 정답을 내리진 않는다. 나도 배우로서 정답을 찾기보다 관객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연기했다."
- '박쥐'의 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랑이 주제인 것은 분명하다. 사랑을 형성시키는 여러 구조물이 있다면 신부로 대변되는 종교의 구원에 대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사랑의 정체성, 사랑은 과연 언제 어떻게 이뤄지나라는 부분도 있다. 관객이 느끼는 그대로 보는 것이 정답일 듯하다."
- 유명 감독과 일하니 칸도 자주 간다. 그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선 스케줄이 그들과 맞았다. 그리고 유명 감독들의 데뷔 시기가 나랑 비슷하다. 그들이 신인이었을 때 나도 신인이었다. 시대를 함께 관통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보다 나를 많이 아는 듯하다. 그런 점이 캐스팅에 많이 작용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스케줄이다"(웃음)
- 후배들이 연기 비결 물어오면 뭐라 말해주나.
"연기엔 정답도 비법도 없다. 배우 스스로가 느끼지 않으면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느끼라고 말한다. 외부적인 조건에 얽매이지 말고 본질만 생각하라고도 한다. 그리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많이 고민하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 되도록 머리를 비워둬야 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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