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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제주에는 '토종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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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제주에는 '토종스타'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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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10m의 강풍이 휘몰아쳤다. 핀을 향해 멋지게 비행해야 할 볼이 강풍에 춤추듯 휘청거렸다. 오후 들어서는 비까지 퍼부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점점 엉망이 됐고, 스코어판에는 프로 대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숫자들이 늘어갔다.

국내 유일의 유럽프로골프투어(EPGA) 대회인 발렌타인챔피언십 2라운드 경기가 열린 24일 제주 핀크스 골프장(파72). 오후 기온이 섭씨 17도로 예고됐지만 비바람의 영향으로 체감기온은 10도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날씨의 급격한 변화는 선수들의 성적으로 직결됐다. 전날 4언더파로 선두에 3타 뒤진 공동9위에 올랐던 '빅 이지' 어니 엘스(40ㆍ남아공)는 버디 3개, 보기 5개로 흔들리며 2타를 까먹어 공동 28위로 추락했다. 1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2라운드부터는 날씨의 변화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본인의 예상은 결국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

1라운드에서 3언더파의 준수한 성적을 거둔 '필드 위의 신사' 프레드 커플스(미국) 역시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적응하지 못했다. 커플스는 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4오버파 76타로 무너지며 합계 1오버파 145타를 기록, 공동 54위로 가까스로 컷을 통과했다.

이 가운데 제주도의 비바람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한국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비거리 300야드의 장타를 앞세운 43세 노장 강욱순(안양베네스트GC)은 3타를 줄여 중간 합계 7언더파 137타로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4번홀 티샷 분실구를 경기진행요원이 봤다고 증언해 무벌타의 행운을 얻은 로베르트 얀 데르크센(네덜란드)은 합계 9언더파 135타로 단독선두에 올랐다. 강욱순과 함께 7언더파를 기록한 통차이 자이디(태국)가 공동2위 그룹을 형성하며 데르크센을 강력히 압박하고 나섰다.

서귀포=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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